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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반둥회의에서 사과는 했지만 사죄는 하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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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에서"앞선 대전(제2차 세계대전)에 깊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이 반둥회의 등에서 표명해 온 '침략과 식민지배' '사죄' 표현을 처음으로 제외했다.

아베는 이날 연설에서 1955년 발표됐던 '반둥 10원칙' 중 "침략 또는 침략의 위협, 무력행사에 의해 타국의 영토보전 및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두 조항을 읽은 뒤 "반둥에서 확인된 이 원칙을 일본은 앞선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더불어 어떤 경우라도 지켜나갈 것이라 맹세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2일자 1면>

정확히 10년 전인 2005년 4월 22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 총리는 전후 60주년을 맞아 반둥회의에 참석,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 여러나라 분들에 대해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이런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수용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라 연설했다.

아베 총리의 이날 연설은 역대 일본 정권이 계승해 온 '침략·식민지 지배·사죄'란 핵심 표현을 의도적으로 몽땅 뺀 것이다. 다만 '반둥 10원칙' 안에 있는"침략을 않는다"는 미래형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법으로 마치 침략전쟁을 언급한 듯 보이게끔 물타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달 말의 미국 양원 연설, 8월의 '아베 담화'에도 이날 사용한 '깊은 반성'이란 표현이 담길 전망이다.

한편 일본의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소속 106명은 이날 춘계 예대제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단체로 참배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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