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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역사전쟁 도발 … 8월이 하이라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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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얼굴) 총리에 의한 일본의 ‘역사전’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일본의 고위 소식통은 21일 “22일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일명 반둥회의)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앞선 대전(제2차 세계대전)에 ‘깊은 반성’을 한다. 앞으로 일본은 침략, 침략의 위협을 하지 않는다. 무력행사를 않는다”는 표현을 쓴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라야마· 고이즈미 담화에서 인용했던 ‘ 침략과 식민지 지배’ ‘통절한 사죄’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

 ‘침략’이란 단어를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 부분에 붙이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다짐 부분에 넣어 마치 과거의 침략전쟁을 인정하는 듯한 일종의 물타기 수법이다.

 아베의 이 같은 의지를 담게 될 이달 말 미국 양원 합동연설과 8월의 ‘아베 담화’는 역사 도발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실제 아베는 20일 “무라야마는 무라야마 총리로서, 고이즈미는 고이즈미 총리로서 한 것이고 난 아베 정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할 것”이라고 했다. 말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방패막이를 치면서 어디까지나 ‘아베의 일본’을 추구한다는 일종의 ‘역사전 선포’다. 나아가 일본의 고위 소식통은 “아베 정권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8월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 미국 양원에서의 합동연설을 전후 70년의 반성과 향후 각오를 다지는 자리로 삼고, 이어지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사실상 일본의 전쟁 책임론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전략이다. “일본도 피해국이었지만 이제 미래를 위해 화해한다”는 이른바 일본식 과거 청산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전쟁 반성 연설→미국의 원폭 투하 반성’이란 기이한 형태로 일본의 과오가 덮어지고 국제사회로부터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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