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군자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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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윤상림(53.구속)씨 로비 의혹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박한철 3차장검사는 13일 기자브리핑 도중 "공직자는 말과 행동에 품격과 금도가 있어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전날 허준영 경찰청장이 이번 사건을 두고 "검찰의 사건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간접적인 비판으로 들리는 말이다.

박 차장 발언이 전해지자 경찰도 '군자'로 응수했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군자는 큰길을 간다(君子, 大路行)"면서 "수사권 조정논의에서 늘 큰길을 피했던 검찰이 군자 운운하는 것이 적절한지 되묻고 싶다"고 맞받았다.

검찰과 경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윤씨 사건이지만 양측의 대립은 수사권 조정문제로 귀결됐다.

허 청장이 전날 "윤씨 사건의 경우 검찰과 경찰.군 등이 관련된 만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합동수사 또는 수사정보 교류 등이 필요하다. 경찰 수사는 기소 단계를 거치면서 검찰 통제를 받지만 검찰 수사는 공정성을 확보할 만한 장치가 없다"며 수사권 조정으로 연결시켰다.

그러자 이날 박 차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등에 각종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고, 법원의 통제를 받는다"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또 "(윤씨 사건과 관련된 경찰청 특수수사과 전 팀장의 구속은)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소위 표적수사나 마녀사냥이 아니며, 계좌추적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만 활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관이 공직에 27, 8년 있다가 어제 구속됐는데 수사검사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고, 인간적 고뇌도 했다"며 "성역없는 수사로 경찰뿐 아니라 검찰.정치인.군 장성 누구라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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