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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장부 찾아라 … 검찰, 성완종 장남·동생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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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현 온양관광호텔 대표)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했다. 박 전 상무는 홍보·비서업무를 총괄했다. [신인섭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내역이 담긴 장부를 찾기 위해 검찰이 성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21일 성 전 회장의 서울 청담동 자택과 장남 승훈(34)씨, 동생 일종(52)씨 자택·차량 등 1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사와 수사관 등 40여 명이 투입돼 가족들의 개인 컴퓨터·휴대전화, 자택 주변 폐쇄회로TV(CCTV)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승훈씨로부터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유서도 제출받았다. 지난 15일 성 전 회장 비서진 등 11명의 사무실·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가족으로 압수수색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비서진 압수수색에서 장부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수사팀은 가족이 장부를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은 금품 전달 액수와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로비 장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와 주변 인물 진술만으로는 ‘이완구 총리 3000만원 수수’ 등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 전 회장 측근들은 그가 생전 다이어리(일정)를 꼼꼼히 관리해 온 점을 들어 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수사팀은 이날 경남기업도 추가 압수수색했다. 대아건설과 대원건설산업 등 계열사 자금 관련 회계자료와 함께 1층 통합 경비실에서 지하 주차장 CCTV 기록을 확보했다. 또 서울 강남의 리베라호텔을 압수수색했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전날 밤 이 호텔 로비에서 제3의 인물과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됐다. 그가 “2007년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줬다”고 말한 장소도 이곳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로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주변 인물들의 진술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핵심적 인물은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 이용기(43) 홍보팀장, 한장섭(50) 전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 전평열(50) 전 재무담당 이사, 윤승모(52) 전 부사장 등 5명이다.

 수사팀은 이 중 박준호 전 상무를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 전 상무 자택 주변의 CCTV 3개월치도 확보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밤 서울 세종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성 전 회장, 이용기 팀장과 함께 대책회의를 했다. 박 전 상무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로비 장부의 존재는 모른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경남기업의 증거 은폐 또는 인멸 시도에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개입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이용기 팀장은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한장섭 전 부사장은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사용 시기, 사용처 등에 대해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그는 앞서 특수1부 조사에서 “현장 전도금(사업비) 명목으로 성 전 회장이 비자금 32억원을 조성했다”며 “이중 1억원을 내가 2011년 6월 윤승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전평열 전 이사는 2009년 한 전 부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가 되기 이전 경남기업과 대아건설 등의 자금 흐름을 관리했다.

글=이유정·한영익·윤정민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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