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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적발 1000건 육박 … 대구 꼬리물기 다시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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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일 오전 대구시 만촌네거리에서 꼬리물기 차량이 교차로 안에 뒤엉켜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출근길 비가 내린 지난 20일 오전 9시쯤 대구시 수성구 만촌네거리. 빨간불 정지신호에도 아랑곳없이 담티고개에서 범어동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들이 앞차에 바짝 차를 갖다붙였다. 동구에서 대구박물관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까지 합세하면서 교차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형석(40·수성구 시지동)씨는 “출근길이 늘 이런 모습”이라며 “꼬리를 물며 빨리 나아가지 않으면 뒤에서 경적을 울릴 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오후 6시 대구시 달서구 학산남삼거리. 교차로를 지나려는 차량이 뒤엉켜 있다. 앞뒤로 차량이 붙어 있어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앞산 방향 신호등에 정지신호가 켜졌지만 20여 대 차량이 계속 교차로로 밀려들고 대구공전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이 경적을 울려댔다. 학산남삼거리는 작은 교차로다. 하지만 수성구나 중구 쪽으로 가는 성서공단 퇴근길 차량과 월배 아파트단지로 가는 차량이 몰리는 곳이다.

 정지신호를 예측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 앞차 뒤에 달라붙어 통행을 방해하는 꼬리물기가 대구 도심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도로교통법 25조 5항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 대상인데도 그렇다. 꼬리물기가 불법이고 늘 단속 대상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때문이다.

 2013년 경찰과 시민들은 완장에 피켓까지 들고 차량 꼬리물기 근절 캠페인을 벌였다. 그해 11월 꼬리물기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안전벨트를 처음 단속할 때처럼 경찰은 꼬리물기 차량을 집중으로 찾아냈다. 대구에서만 그해 11월 637대, 12월 664대의 위반 차량을 적발했다. 캠코더를 교차로에 세워두고 녹화까지 했다. 그러자 꼬리물기 차량은 지난해 1월 571대, 2월에는 525대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3월부터 다시 위반 차량이 늘었다. 지난해 3월 794대, 4월 836대 등 2013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5월과 6월, 7월에도 각각 712대, 663대, 1042대로 증가세였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987대의 꼬리물기 차량이 확인됐고, 이달 16일까지도 420대의 꼬리물기 차량이 적발됐다. 단속을 강화한 게 아닌데도 그렇다. 꼬리물기 운전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기영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지금은 주요 교차로에서만 집중 단속하는데도 위반 차량이 늘고 있다”며 “철저히 적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작은 교차로에서도 다시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늘어난 꼬리물기의 영향 때문인지 출·퇴근 시간 대구의 교통 흐름은 답답하기만하다. 21일 대구시 교통정책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주요 간선도로의 승용차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3.6㎞로 2013년에 비해 시속 0.8㎞ 감소했다. 평균 통행속도가 시속 15㎞가 채 안되는 곳도 있다. 차량이 몰리는 진천로(시속 10.6㎞), 경안로(11㎞), 성북로(11.6㎞), 달서로(13.1㎞) 같은 곳이다.

 하루 중 가장 평균 통행속도가 느린 시간대는 차량 꼬리물기가 많아지는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 이후로 시속 27.5㎞였다. 대구경찰청은 꼬리물기 단속을 위해 전문 무인단속 장비를 갖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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