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완종 리스트 수사, 정권 실세 봐주기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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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 특별수사팀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검찰의 입장에선 현직 총리에 대한 수사가 만만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청양 지역에 출마했던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고(故) 성완종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언론 보도가 수사 상황을 앞서가면서 수사팀의 고심도 깊어지던 차였다. 수사 방법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불거질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이 총리가 퇴진을 결심하면서 수사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어제 성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전직 경남기업 임원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문무일 수사팀장은 “객관적인 자료를 신속하게 최대한 수집해 집중적으로 재현하고 복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수사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의미라는 것이다. 문 팀장은 또 “수사 방향과 일정에 대해서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 외부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우리 일정대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온 것에 대한 비판 여론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수사팀에 일체의 권한을 주라”며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던 시중의 여론이 김 전 실장의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싸늘해진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권 전반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달라”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정치권에서 오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이번 수사가 정치권의 낡은 관행을 깨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검찰부터 종래의 수사 관행을 깨야 한다. 현 정부 실세라는 이유로 머뭇거려선 안 된다. 통상의 수사 방법을 던져버려야 ‘수사 난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