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서 정규직 발탁… 그들의 '자기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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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제 곧 겨울방학이다. 어느 순간부터 방학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한 전략적 준비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예비 구직자들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유명 기업체의 경우 인턴 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일단 들어가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인턴 중에서 정규직을 뽑거나 공채 때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속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만을 쌓기 위해 인턴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만의 독창성과 열정을 가지고 인턴에서 정규직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취업 선배들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질문 많은 그녀
우리은행 개인마케팅팀 선지영씨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인턴을 거쳐 올 1월 우리은행에 입사한 개인마케팅팀 선지영(26.사진)씨. 선씨는 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인턴들 가운데서도 임원 면접, 프레젠테이션 등을 거쳐 그해 9월 곧장 입사가 결정됐다. 그의 합격 비결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인턴 생활 자체를 즐겼다"는 것이었다. 아침 출근 때 자신이 제일 늦게 나왔어도 꼭 전 부서원을 일일이 돌며 인사했다. 남자 선배들이 담배 피우러 갈 때면 꼭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같이 나가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식 등 이벤트에 빠지지 않는 건 물론이다. 주어진 과제를 풀기 위해 주말에도 회사에 나왔다. 주말에 나온 선배들은 평소보다 여유가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자세히 물어보기 좋았다. 이렇게 차츰 부서원들의 귀여움을 받다 보니 자연스레 기회도 찾아왔다.

정규직원 선발을 위한 임원 면접을 앞두고 부장을 포함한 부원들 앞에서 시연을 해봤다. "꼭 합격하도록 미리 코치를 해주겠다"는 선배들의 배려였다.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데 마침 부행장이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고 참관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에 끝까지 차분히 마쳤더니 부행장이 "참 잘했다.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 인턴을 마친 뒤 카메라를 들고 출근해 부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나중에 전 부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e-메일로 보냈다.

미스터 아줌마
P&G 입사 앞둔 정우중씨

올 여름 P&G에서 인턴을 한 정우중(26.사진)씨는 두 달 동안 정직원 이상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가 맡은 제품은 아기용 기저귀. 그는 촉감을 느껴 보기 위해 조카들이 쓰던 기저귀를 직접 입어 보려고 했다가 너무 작아 실패했다. 인터넷 육아 사이트에 가입해 아기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거기서 정씨의 아이디는 '우중이 엄마'였다. 이것저것 캐물어야 하는데 남자이름으로 된 아이디를 쓸 순 없었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아기 엄마를 만나면 꼭 기저귀는 뭘 쓰는지,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봤다. 아기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 대형할인점 수유실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치한으로 몰려 안내 요원에게 뒷덜미를 잡힌 적도 있었다. 정씨는 지금 정직원 채용에 합격, 내년 1월 P&G 입사를 앞두고 있다. 정씨는 "이론과 경험상으론 선배들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발품을 판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하면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P&G에선 매년 20여 명의 인턴사원을 뽑아 여름.겨울방학 동안 일선 부서에 보내 업무를 맡긴다. 이 중에서 정직원을 뽑기 때문에 인턴 채용에만도 매번 2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각종 공모전 수상자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이 몰리는데 정직원이 되는 비율은 50% 정도기 때문에 인턴 기간에 서로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따라서 짧은 시간 동안 놀랄만한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선배들에게 인정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인사담당자들은 조언한다.

화장하는 남자
로레알 정직원 된 이기헌씨

지난해 겨울방학 동안 인턴을 거쳐 올 2월 로레알 정직원이 된 이기헌(27.사진)씨는 인턴 기간 중 '화장하는 남자'로 소문이 났다. 자신이 맡았던 브랜드의 화장품을 줄곧 바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섀도나 립스틱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 정도만 하고 다녔는데 그래도 냄새나 빛깔로 쉽게 구분되기 때문에 업계에서 금세 알려졌다. 단지 튀기 위해 화장을 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맡았던 브랜드가 세계에선 독보적인 1위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2위 제품과 큰 격차를 벌리지 못한 채 고전하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또 인턴 기간에 틈틈이 메이크업 학원도 다녔다.

그러면서 느낀 것과 일하며 분석한 내용을 날짜와 시간까지 적어가며 메모장에 기록해 뒀다.

화장품에 익숙한 여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짧은 기간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집중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직원이 되기 위한 마지막 면접 때 메모장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했고 면접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씨는 "자신이 진정 일하고 싶은 직장이라면 그 정도 근성은 보이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어떻게 준비하나

①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참여하라.

② 조직 적응력을 길러라.

③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④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야 한다.

⑤ 좋은 인성을 보여줘라.

⑥ 대학생다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라

⑦ 회사와 궁합이 맞는지 살피자.

<도움말:정유민 잡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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