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기 나아진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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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살아나겠지만 속도는 '글쎄'

밝게 보는 측은 중산층의 소비가 살아난다고 본다. 소득별로 보면 하위 40%와 상위 20%는 감소했거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중간 40%의 실질소득은 꾸준히 늘었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어 증가세가 유지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올해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상용 근로자라는 것도 호재다. 각종 심리지표 조사에서도 내년에 소비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줄이겠다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신중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소비가 기대만큼 빠르게 살아나기 어렵다고 본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취업자도 지난해 41만8000명 늘었으나 올해는 10월 말까지 28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건설 경기가 침체한다면 내년 고용 전망도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급등도 소비에는 악재다. 가계 빚은 주택담보대출 급증 등으로 9월 말 506조원을 넘어섰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결국 연말연시 소비 회복의 속도와 강도가 내년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투자 내수 업종의 회복이 열쇠

외환위기 이후 투자는 소비를 따라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내수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기업들이 소비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선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표상으로도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LCD 등에선 설비투자 증가율이 세 자릿수에 달했다. 그러나 내수업종과 비제조업은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이달 경제 전망을 내놓은 네 곳이 내년 설비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보다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동안 투자를 미뤄 와 노후설비 교체 압력이 높아진 기업도 많다. 반면 "수출 업종 이외에는 투자에 나설 여건의 변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소비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은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살아나느냐가 투자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3년 연속 호황 장담 못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수출 주력업종 외에 일반 기계와 같은 의외의 효자 업종이 등장한 게 지난해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중국.인도 등이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값은 일본산에 비해 30% 정도 싸면서 성능은 비슷한 한국산 기계 수요가 크게 늘었다. 고유가와 환율 하락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 것도 수출 전망을 밝게 한다.

그러나 다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하기가 힘에 부칠 것이란 지적도 많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중국 등의 경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늘어나 국제수지 흑자폭도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민간 위축 공공서 메울까

대부분 전문가가 8.31 대책이 시행되면 집값은 떨어지고 전세가는 오를 것으로 본다. 토지시장도 비슷하다. 3, 4개월 후 건설경기를 가늠케 해 주는 건설 수주도 10월 들어 두 자릿수 감소로 반전했다.

반면 민간의 건설 물량이 주는 대신 판교.파주 신도시 분양과 종합투자계획(BTL) 확대, 기업.혁신도시 건설 추진 등 공공 발주가 많아져 전체적으론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선 오히려 부동산값이 반등할 것으로 우려한다. 지방선거가 있는 데다 증시 호황 등으로 구매력이 커지고 있고, 행정도시 등의 토지 보상금이 풀릴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경민.허귀식.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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