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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태우고, 경찰 폭행 … "폭력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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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하자 경찰이 버스로 막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왼쪽). 대회 참가자들이 시위 과정에서 파손한 경찰버스가 19일 광화문 앞에 세워져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오는 24~25일에도 집회를 할 예정이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주말인 18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과 경찰이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6겹 차벽(車壁)으로 막아섰다. 이에 시위 참가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범국민대회는 4·16가족대책협의회와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당초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려 했다. 하지만 오후 4시30분쯤 경찰과 유가족들이 광화문 앞에서 충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김혜진 위원장은 “지금 바로 가족에게 달려가야 한다”며 서둘러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에 약 1만 명의 참가자가 유가족이 있는 광화문 쪽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경찰력 1만3700여 명과 차량 470여 대를 동원해 집회에 대비했다. 경복궁 앞에서부터 광화문 북측 광장을 거쳐 세종대왕 동상 앞, 세종로 사거리, 파이낸셜빌딩에 이르기까지 여섯 겹으로 차벽을 세웠다. 또 버스와 경찰력을 청계광장부터 청계천 북쪽까지 늘여 세워 모든 진입로를 차단했다.

  경찰 차벽은 시민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1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하원호 경찰청 경비과장은 “긴급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선 설치할 수 있다”며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출할 수 있고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큰 몸싸움이 일어날 수 있어 차벽을 급히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차벽을 세우면 ‘소통’을 원하는 시위대에 ‘단절’의 느낌을 줘 집회를 가열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차벽에 막힌 참가자들은 청계천과 종로 쪽으로 우회하다 오후 6시쯤 광화문광장에 다시 모였다. 일부가 귀가하는 등 이탈하면서 참가자는 6000여 명으로 줄었다. 경찰과 시위대 간 몸싸움은 6시30분쯤 본격화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세종대왕상 인근 경찰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였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 방패를 빼앗아 경찰을 폭행하고, 차벽을 걷어차고 차량을 부수기도 했다. 붉은색 스프레이로 경찰 차량에 ‘세월호 인양’ 등의 낙서를 하거나 차량을 밧줄로 묶어 넘어뜨리려 했다. 종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참가자도 있었다. 경찰은 살수차(물대포) 2대와 캡사이신을 동원하며 맞섰다. 경찰은 “시위를 전문적으로 이끄는 외부 세력이 개입해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수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후 8시쯤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됐다. 도로 위에 누운 유가족과 차벽을 넘어온 참가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됐다. 모두 100명이 연행돼 경찰서 11곳에서 조사를 받았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 등 유가족 21명 전원과 학생 6명 등 8명은 훈방 조치됐다. 이날 충돌로 유가족·시민 9명과 의경 3명 등 총 12명이 탈진하거나 부상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청은 19일 “불법 폭력시위로 교통불편을 초래하고 부상자가 발생케 한 데 대해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불법폭력 시위의 주동자 및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파손된 경찰 차량이나 장비, 경찰관과 의무경찰 부상 등에 대해서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유성운·채승기·조혜경 기자 ch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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