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갈 길이 멀다|성공도 실패도 아닌 "가작"…투웨이트와 비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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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싱가포르=박군배특파원】경솔한 변덕인가? 아니면 지혜가 번뜩이는 과감한 작전 전환인가.
『19일 바레인과의 2차 전에서는 선수를 대폭 교체하겠다.』 한국의 사령탑 박종환 감독은 0-0 무승부에 그친 쿠웨이트와의 경기가 끝난 17일 밤 단호하게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
LA올림픽 본선을 향한 아시아-대양주 축구 10강이 벌이는 싱가포르 최종 예선에서 이날 한국의 서전온 성공도 실패도 아닌 가작이었다.
그러나 박감독은 정해원 변병주의 양 날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고 이들의 부진으로 한국의 폭발적인 공격력이 반감되었다고 풀이했다.『흔히 스타 플레이어가 빠지기 쉬운 독선적이고 고식적인 개인 플레이를 이 들이 범했다. 윙 플레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패하지 않은 것이 큰 다행이다. 수비진의 선전이 고맙다.
박감독은 바레인과의 『경기에선 신연호 최순호를 공격 중앙에, 김종부를 좌축 위, 이태형 을 우측 윙으로 포진하고 링커진으로는 이태호외에 이흥실 혹은 김종건을, 또 우측 풀백도 박경훈을 빼고 김판근을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상을 박감독은 『개인의 능력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종래 자신이 즐겨 추구하던 조직적인 팀 플레이어로 환원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박감독의 이러한 작전 표변은 정해원·변병주 등에 대한 부진이라기보다 바레인이 비교적 약한 상대라고 평가, 2진급을 대폭 기용함으로써 선수들에 새로운 각오와 경쟁 의식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추측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바레인은 의외로 강세, 사우디아라비아와1-1무승부를 이뤄 쿠웨이트·뉴질랜드·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이 한결같이 난적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드러내 박감독의 진용 개혁은 다분히 모험임에 틀림없다.
뉴질랜드를 3-1로 눌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날 바레인과 비기는데 그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긴 것보다 일단 한국이나 쿠웨이트에 유리한 결과다. 그러나 이 A조 리그의 전도는 지극히 볼투명하며 한번 패한 팀은 치명상을 입어 1-2위 전에서 탈락한다고 봐야 한다. 한국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무승부를 한번씩 더 추가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결국 여러팀의동점이 되어 골득실차로 순위를 가리는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 따라서 한국은 19일의 대바레인전에서 최대한 많은 골차로 이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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