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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파업 몸살 앓았던 GS칼텍스 노사, 올해는 양보로 윈-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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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2면

2004.7.18.
전면 파업(20일간)

2004.8.1.
노조, 집회 중 최고경영자 처형 퍼포먼스

2004.12.23.
징계자 600여명 명단 확정 발표

2005.3.29.
임단협 타결

2005.12.9.
GS칼텍스 허동수 회장(가운데), 박주암 노조위원장(왼쪽) 허진수 생산본부장(오른쪽)이 9일 노사화합선언식에서 손을 잡고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다짐했다.

극심하게 대립하던 GS칼텍스 노사가 화합의 물꼬를 텄다. 9일 오후 전남 여수공장 대강당에서 열린 '노사화합 선언' 행사에서 노조는 '무분규 선언'을 하고 회사는 인위적인 고용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회사는 또 지난해 장기파업 때 가담했다가 징계를 당한 조합원 600여 명의 승급 제한 조치를 풀었고 5억여원의 조합비에 걸었던 가압류 조치를 이날 철회했다. 행사장에는 허동수 회장과 박주암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등 6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지난해 7월 GS칼텍스 노조는 정유업계에선 드물게 20일 동안 파업을 했다. 파업현장 집회에선 최고경영자를 꼬집는 공개처형 퍼포먼스를 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등 GS칼텍스의 노사분규 양상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올 봄부터 노사는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화합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노조원들이 예상 밖의 파업 후유증에 시달리자 노조는 3월 임금협상을 회사에 일임하며 노사 상생의 길을 찾았다. 이를 위해 회사와 줄다리기를 벌였던 인사경영권 간섭조항도 단협에서 삭제했고 파업 요건은 재적 조합원 과반수 찬성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강화했다. 노조가 이같이 양보하자 회사는 임금을 지난해보다 4.1% 더 올려 줬고 이와는 별도로 노사화합 격려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에 지급했다.

특히 올 8월 말 노조가 조합원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무분규 선언의 토대가 됐다. 노조원 90% 이상이 "노사가 동반자 관계로 상생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고 이에 자신감을 얻은 노사는 박 노조위원장 직대 등 노조대표 5명과 회사 측 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노사협력의 틀을 짜기 시작했다.

TF팀은 10월 선진 노사관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일본 도요타를 찾았고 노조 쪽 참가자들이 도요타의 협조적인 노사 관계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LG전자나 현대중공업 등 노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함께 애쓰고 있는 국내 기업 모범사례도 공부해 좋은 것은 배웠다. 대의원과 현장 노조원들은 TF팀이 내놓은 노사화합안을 놓고 숱한 토론을 벌였고 결국 '무분규 선언'에 동의했다.

김성진 인재개발부문장(상무)은 "회사와 조합이 과거의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탈피해 진정한 화합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박 노조위원장 직대는 "무분규선언은 협력적 노사관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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