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높아가는 「유럽의 한국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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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런던=이제훈 특파원】 1066년 영국을 정복한 「윌리엄」이 직접 지휘해서 만든 성이 있는 유서깊은 영국 더램시내 더램대학교의 밴 필더트대학 회의장-16일 밤11시. 약70명이 앉고 선채 포도주와 맥주를 들면서 『동백아가씨』 『아리랑』 『내고향』등 한국의 노래를 신나게 불러대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한국인은 10명남짓 나머지는 전부 영국·프랑스·체코·폴란드등 유럽각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몇사람을 빼고는 경쟁이나 하듯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댔다.
12일 저녁부터 열린 유럽한국학연구회(AKSE)총회가 끝나기 하루를 앞둔 피날레 파티다.
나라와 사람은 달라도 한국학을 연구한다는것이 서로 흉금을 터놓고 노래를 할수있게한 공통분모다. 1년후 다시 만나기까지 작별의 아쉬움을 나누는 파티는 자정이 넘도록 계속됐다. 더램대 한국학총회는 77년3윌 학회가 결성된후 8번째. 참가학자는 동구공산국가를 포함, 14개국에서 81명. 절반이상이 박사들이다.
학회의 총회원수는 1백10명. 창립당시 31명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숫자다.
총회는 13일부터 본격적인 학술발표와 토론에 들어가 토·일요일에도 쉬지않고 하오6시30분까지 계속됐다.
저녁 식사후에는(참가자 전원이 대학기숙사에 기숙) 한국농악연주, 한국예술 슬라이드, 쇼등 특별한 프로가 진행됐다.
한국농악은 그 분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하워드씨」가 농악대 고유복장을 하고 장구춤을 추며 실연했다. 한국농악은 더램대의 「R·프로바인」교수도 전공이다.
이번 한국학총회는 소련의 학자가 처음으로 2명 참석했고 체코슬로바키아4명, 동독3명, 그리고 폴란드에서 4명등 동구공사권에서 많이 참석함으로써 한국학에 대한 관심도에서뿐만아니라 동서간 학문적 교류면에서도 눈길을 끌만했다.
학자들의 발표는 『초기 한국음악의 한 관찰』 『한국철학연구의 방법론과 문제』 『농악의 기원과 기능에 대한 학문적및 실제적 아이디어』 『일본에서의 한국문화』 『한국의 신화』 등 다방면에 걸쳤으며 몇개의 논문은 아주 밀도 있게 다룬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한국학은 소련·동독·체코등 동구권에서 예상이상으로 깊이 연구되고 있는것으로 발표되었다.
소련에서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에 각각 동양학연구소가 설치돼 거기서 집중적으로 한국학을 연구하고 있다는것.
한국에 관한 책이나 한국역사 또는 소설류를 러시아어로 번역·출판하면 거의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동독에서는 베를린의 흠볼트대학이 한국학연구의 중심으로 되어있는데 매우 수준이 높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있다.
체코의 프라하종합대학 극동학파장인 「블라지미르·푸체크」박사 (그의 박사논문이 한국의 신소설에 대한 연구였다)는 얼마전 까지만해도 한국연구는 자료난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유럽 한국학연구회등을 통해 많이 입수할수 있게돼 나아졌다고 말했다.
서구쪽에서는 프랑스·서독·영국등이 앞서있고 덴마크·네덜란드·스위스등에서도 깊이있게 연구하는 학자들이 몇사람씩있다.
이렇듯 한국학의 인기가 유럽각국에서 부상하는 현상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불이(패)라는 옛말이 있듯이 상대방은 우리를 많이 알고 있고 더 알려고 이처럼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알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반성해보아야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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