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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전 간부 한장섭· 윤승모가 키맨…수사 전망은?

중앙일보

입력

'성완종 리스트'가 불러온 파문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는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별수사팀은 조만간 주요 참고인을 소환해 조각조각 나눠진 파편들을 재구성해 나갈 방침이다.

초기 수사 방향은 비위 의혹이 연거푸 불거져 나온 이완구 총리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 재선거에 출마한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고, "‘비타500’ 또는 ‘누런 봉투’에 5만 원권을 넣어 전달했다"는 수행비서와 운전기사의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6일에는 “이 총리가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고 성 전 회장과 독대를 했다”는 이 총리의 운전기사 였던 윤모씨의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리 측 김민수 비서관이 “독대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 기자회견까지 하는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들을 분석해 이 같은 논란의 진위를 규명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사무실과 관련 업체 네 곳, 전ㆍ현직 임직원 11명의 주거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성 전 회장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 기록과 다이어리ㆍ수첩류·휴대전화 등을 포함해 총 257개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최대 3년까지 기록이 저장되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미스터리를 풀어줄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측 수행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 그리고 윤씨 등을 곧 조사할 예정이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와 만났다는 것만으로는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운 만큼 실제 돈이 오고 갔는지를 밝혀줄 정황 증거 보강이 향후 수사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통상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의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지만 성 전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여자가 살아 있어도 진술 신빙성이 떨어져 무죄로 판결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에서 실제 재판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금품 전달자’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도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당시 윤승모 전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성 전 회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사흘 전 핵심 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와 이모씨 등을 대동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윤 전 부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검찰은 1차 수사 당시 검찰에서 “32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고 그중 1억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경남기업 회계 책임자인 한장섭 전 부사장과 ‘자금 전달자’ 윤 전 부사장을 퍼즐을 풀어줄 키맨으로 보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핵심 증거가 없는 수사라 최대한 정황 증거를 긁어 모아 입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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