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이혼 자녀가어릴수록충격극복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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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혼하려면 차라리 자녀가 어릴때 하라. 이혼이 날로 증가일로에 있는 미국에서 최근 이혼후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무분별한 이혼부모를 개도하는 「이혼처세술」이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이혼했을때 자녀들이 어릴수록 성장과정에서 이혼에 따른 심리적 충격을 쉽게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최근의 연구보고서가 바로 그것. 이와함께 이혼후 부모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받지못한 아이들은 배신의 공포감으로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불신하게 되는등 반사회적 성격이 싹트기 쉽다.
연구보고서는 또 이혼5년후 아이들은 우울증등 극심한 불안상태를 겪다가 10년이 지나면 2∼8세의 보다 나이어린 연렴층은 이혼충격이 점차 기억속에서 사라져 성장후 큰 문제가 되지않는 반면 9∼18세의 비교적 나이많은 연령군은 당시의 생생한 기억이 되살아 나며 악몽처럼 정신적피해를 남긴다고 지적.
이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통해 미국 이혼부모들에게 『이혼후에도 자녀에대한 계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사회문제아로의 일탈을 막아야한다』고 자녀양육을 환기시켰다.
미캘리포니아 이혼자녀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S·월레스타인」 박사(여)는 71년부터 60쌍의 이혼자녀(2.5∼18세)1백31명을 대상으로 성장과정을 조사, 최근 미정신위생협회에 이보고서를 제출했다.
한편 미국은 매년 1백만명이상의 어린이들이 부모이혼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대로 간다면 83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40%가 앞으로 부모이혼을 보게되고 그중 20%는 부모이혼을 두번씩 겪게될것으로 한조사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웰레스타인」 박사는 이번조사를 당시 2.5∼6세층(현재 12∼18세) 의 취학전 어린이 34명에 초점을 맞춰 실시했다.
이혼에서 어린이들이 충격을 받고난후 회복되는 단계는 대략 다음과 같다.
어린이들은 이혼당시 부모들이 자신들을 버릴것이란 생각에 불안과 우울증에 빠지면서 극심한 자포자기상태에 이른다. 18개윌후 대부분 심리적고통으로 학교와 집에서 파괴적인 성격을 보인다.
이혼5년후 이들의 30%는 아직 깊은 좌절감·소실감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10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흐려지고 이에따라 점차 충격이 완화돼 안정을 찾기시작한다.
측 이들은 불안및 우울→자포자기→파괴적→좌절, 소실감→기억소실→안정의 이혼충격 메커니즘을 공통적으로 경헙한다는것,
3세때 부모이혼을 경험한 「케이트」란 소년은 성장후 『부모가 서로 싸우던 생각밖에는 떠오르는 것이없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마찬가지로 3세때 부모가 이혼한 「테리」라는 소녀는 『자녀에게 좋은 이혼최적합 시기는 자녀의 나이가 1∼2세때이며 가장 나쁜시기는 6∼10세때』 라고 나름대로 이혼적합 시기론을 폈다.
2∼8세의 연령층은 성장해서 부모가 이혼했을때 자신은 어려서 뭐가뭔지 몰랐다는 식의 자아위로의식이 싹터 부모이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는것.
또 이들은 부모가 왜이혼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에도 사로 잡히지않을 연령층이라는것.
이와달리 9∼18세의 연령층(현재 19∼28세)으로 비교적 나이가 들었읕때 부모가 이혼한 청소년들은 당시의 생생한 기억으로 배신공포감과 인간관계의 불신심리가 싹터 반사회적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부모가 이혼한 한 젊은여인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약속시간에 30분씩 늦자 마치 그가 다른 여성과 사귀고 있다는 불신심리가 작용, 남자친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부모에 대한 사랑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들은 부모와 접촉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껴 13∼14세가 되면 부모에게 자기주변의 사사로운것을 편지로 쓰거나 시로써서 애정표시를 하게된다.
그러나 비교적 나이많은 어린이들은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쉽게 지우지는 못한다.
이에따라 「웰레스타인」 박사는 『아뭏든 이혼은 아이들에게 고통스런 일』이라고 지적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이런 좌절을 이기리라는 소극적 기대에 앞서 이혼후에도 인간적인 접촉을 계속해 반사회적 일탈현상을 막아야한다』고 이혼부모의 소극적 처세술을 경고하고 있다. 【뉴욕=이근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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