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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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치 크레용 그림같다.
거무튀튀한 버드나무 가지가 연두빛으로 바뀌면 개나리의 샛노란 빛깔이 여기저기 채색된다. 그사이로 방금 함박눈이라도 퍼부은듯 흰빛이 덮인다. 목련이다.
우리나라의 봄은 이렇게 막이 오른다.
요즘은 목련만큼 흔한 화목도 없다. 1만원짜리가 제법 쑬쑬하게 크다. 마당에 옮겨놓아도섭섭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흔한 나무지만 이만큼 고상해 보이는 나무도 드물다. 우선 나무줄기며 가지가 깨끗하고, 꽃의 생김새는 얼마나 고고한가. 꽃말 조차 「고결」「장열」「우아」다.
― 『맑게 살리라! 목마른 뜨락에 스스로 충만하는 샘물 하나를, 목련꽃』하고 노래한 시인도 있었다. 사람의 감수성은 동서가 멀지않다. 자연의 시인「W·워즈워드」가 노래한 목련도 있었다.
― 목련꽃에 말하리. 구름처럼 높게 머리위로 드높게 흩어져라, 목련화여.
한국의 하늘처럼 푸르른 속에 목련꽃이 한마당 피었다고 상상해 보라. 「워즈워드」의 시가 무색하리라.
영어로는 목련을 「매그놀리어」(magnolia)라고 한다. 프랑스의 식물학자「P·마뇰」(1638∼1715)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 대표종은 북미의 「에버그린 매그놀리어」다.
이 나무가 유럽에 흩어진 얘기가 있다. 1732년 프랑스의 한 해군장교가 미국의 미시시피강변에서 목련 한그루를 갖고 귀국, 낭트 근교 마야르디에르라는 곳에 옮겨 심었다. 그후「보나미」라는 식물학자가 그 나무를 알아보고 꽃을 꺾어 브레타뉴주회에서 「로앙·샤베」공주에게 바쳤다. 「루이」15세가 다시 목련을 파리에 이직. 그때부터 전유럽에 유행처럼 번졌다.
우리나라엔 그보다 몇세기나 앞서 벌써 매월당(김시습=1435∼93)의 목련예찬을 볼 수 있다. 『잎은 감잎과 같고, 꽃은 백련과 같고, 봉오리는 도꼬마리와 같고, 씨는 빨개 산사람이 이름하여 목련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순천의 송광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명산엔 어딜 가나 목련이 있다. 야생 산목련은 향기도그윽하고 꽃모양도 한결 자그마한 것이 예쁘다.
특히 고산의 사찰에는 연못이 없어 목련으로 연꽃의 심벌을 삼기도 했다. 꽃의 색깔은자·황·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백목련이 주종이다.
아마 밤사이에 서울의 목련들은 합창이나 하듯이 와삭와삭 다 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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