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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그 친구, 전직장서 평판 어땠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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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그러나 헤드헌터들은 직장인들의 '몸값 높이기'에 정작 중요한 요소를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처신(處身)이다. 처신은 직장에서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는지, 어떤 인간관계를 형성했는지로 평가된다. 경력사원을 뽑는 회사로선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조직과 융화되지 않는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이직과정에서 지원자의 능력과 함께 처신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다.

◆ 점점 비중이 커지는 평판조회=A외국계 기업이 마케팅 담당자를 뽑는데 김모씨와 최모씨가 후보에 올랐다. 김씨는 미국 대학 MBA과정을 수료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최씨도 만만찮은 경력이 있었지만 김씨에 비해 떨어진다. 그런데 A사는 최씨를 선택했다. 평판조회가 당락을 가른 것이다. 김씨는 개인적 능력은 탁월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부하직원을 심하게 다그쳤다. 그러나 보상엔 인색했다. 반면 최씨는 배울 점이 많고 부하직원들의 능력을 100% 발휘하게 해주는 상사라는 평가를 들었다.

최근 많은 기업이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평판조회'를 한다. 평판조회는 함께 일했던 동료나 상관을 통해 지원자의 경험과 업무 스타일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업무스타일.책임감.인성.대외관계 등을 중요하게 본다. 잡코리아 정유민 상무는 "인사 담당자들은 평판조회를 아주 중시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평가하는 평판은 인성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좋아요"라는 답변이 나오면 기업들은 지원자가 뚜렷한 성과나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회사의 지원자가 현재 다니거나 가장 최근에 다녔던 기업에서 주로 근무했던 부서의 상사.부하직원.동료는 물론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본다. 채용 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에 따르면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평판조회를 부탁받았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전체의 65.7%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한다'고 응답했다. 헤드헌터 업체 HR코리아 이경옥 차장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직을 희망한다면 자신의 평판에 대한 관리가 곧 경력 관리인 셈이다.

◆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쌓아야=잘생긴 외모에 좋은 학력, 뛰어난 실적이 있는 이모씨는 한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경영진이 면접에서 D씨의 경력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황당한 질문을 했다. 이씨는 얼굴이 붉어지고 곧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뒤 다음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결과는 낙방. 경영진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며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팀장감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무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강조되는 게 최근 경향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기술이다. 이로써 인간관계를 향상시키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단순하게 말을 주고받거나 말을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다. 기업들은 주로 압박 면접이나 술자리 면접 등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평가한다.

대개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만 하고 상대의 말에는 귀를 닫는 경향이 있다. B광고대행사의 박모 차장은 광고 수주 프레젠테이션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실무를 맡은 부하직원에게 묻지 않고 직접 대답하는 편이다. 자신이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했다는 것을 뽐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수치나 내용이 틀리는 실수를 여러 차례 했고 결국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HR코리아 이경옥 차장은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중간 관리자 리더십의 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하직원들을 잘 다독거리면서 상사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에선 정직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 중견기업 경력 영업사원직에 도전한 김모씨는 '완벽한' 지원자였다. 인간성이 좋고 실적도 탁월했다.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을 져 신용불량자가 된 뒤 탈출했던 경험을 제외하면. 김씨는 면접에서 "제 치부를 먼저 말하겠다"며 신용불량자 경험을 먼저 털어놓았다. 그리고 "큰 돈을 잃었지만 대신 더 큰 인생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 회사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김씨를 뽑았다. 정직하게 말해서 좋은 직장으로 이직한 경우다.

이철재 기자

평판도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①끝까지 성실한 태도를 보인다.

-이직이 결정됐더라도 업무를 대강 처리하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②상사나 동료, 부하직원과 감정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평판도 조사의 주요 항목은 '대인관계가 원만했는지' '상하관계는 어땠는지' '리더로서의 역량이 있는지' 등이다.

③업무 인수인계를 매끄럽게 한다.

-제대로 못할 경우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한다. 새로운 직장이 정해질 경우 바로 현재 회사에 통보하고 최소 2주의 업무 정리기간을 갖도록 하자.

④외부로부터 접대받는 것을 피한다.

-선물이나 접대를 받으면 뒷말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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