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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관여 안해" → "중앙당 차원선 안해" 부메랑 맞은 이완구의 '양파 껍질 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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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완구 국무총리=“몸(암 투병) 때문에 (2012년 대선엔)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대정부 질문 첫날엔 ‘2012년 대선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유세 사진이 나오자 중앙당 차원에서 한 게 아니라고 한다.”

 15일 대정부 질문에선 이 총리의 ‘말 바꾸기’가 또 다른 쟁점이었다. 이 총리는 대정부 질문 첫날인 지난 13일 대선에서의 역할과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말이 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새정치연합 박광온 의원은 “2012년 9월 이 총리가 홍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선 ‘몸이 완쾌돼 한 달 후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관련 자료를 제시해 이 총리를 코너에 몰았다. 이 총리는 “(사실은 몸이 아팠지만) 정치인으로 죽고 싶지 않아 거짓말 했다”고 비켜갔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이 총리가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강한 부정의 화법이 오히려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충청 지역에 걸렸던 ‘이완구 지지 플래카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총리는 지난 14일 대정부 질문에서 “내가 (성완종 전 회장이 주도하는) ‘충청포럼’에 (플래카드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충청포럼에 전혀 아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충청포럼은 수천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단체다. 성 전 회장이 포럼 회장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고문이다. 이 두 사람만 봐도 이 총리가 “전혀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이 총리는 당초 성 전 회장에 대해 “19대 국회에서 본 게 전부”라는 식으로 답했다가 23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속내를 터놓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화법도 많았다. 이 총리는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이 2012년 10월 23일 성 전 회장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나 식사한 사실이 없느냐고 묻자 “저는 만난 사실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남 말 하듯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문서답도 적지 않다. 박광온 의원이 홍성신문 보도 외에 또 다른 언론 보도를 들이밀며 “기억나냐”고 추궁하자 “그런 심정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이 총리 말을 들어보면 양파처럼 껍질을 까도 까도 알맹이가 안 나오더라”고 꼬집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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