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영아이디어들] 유럽 환경규제 벽 넘어 세계 1위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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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올해 LCD TV, 모니터, 세탁기, 에어컨 등에 납땜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은 납땜 제거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LCD TV 기판.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공조쇼 IKK에서 LG전자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이 친환경 냉매와 고효율 인버터를 사용한 ‘ARTCOOL’신제품 모델을 둘러보고 있다.

올 10월 LG전자는 2010년 매출 35억 달러를 거둬 시스템 에어컨 분야에서 세계 1위에 도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한 대의 실외기에 여러 대의 다양한 실내기를 연결하는 시스템 에어컨은 에어컨 제품 중 부가가치가 가장 높다. 그러나 212억 달러(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전세계 시장에서 미국 캐리어와 일본의 다이킨이 각각 15%와 1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5% 수준. LG전자는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신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와 관련 친환경 시스템 에어컨, 인버터 시스템, 환기 청정 시스템 등을 공개했다. 이 제품들은 지구 대기권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냉매를 사용하고 냉방효율을 높게 끌어올린 대신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했다. 또 2007년까지 프레온 가스 사용 전면금지, 연료 전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 폐기물 재활용 네트워크 구축 등을 끝내기로 했다. 이처럼 LG전자가 친환경 경영에 힘을 쏟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 7월부턴 유럽에선 유해물질이 들어간 전기.전자제품을 팔 수 없게 되는 등 환경규제의 벽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사업본부 이영하 부사장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이제 친환경 제품 개발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유럽 최대 에어컨 국제 전시회인 IKK에 친환경 시스템 에어컨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내년 유럽에 친환경 시스템 에어컨을 본격적으로 출시해 성장 가능성이 큰 유럽 시장에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LG전자는 자사 제품의 친환경 인증을 따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LG전자의 노트북 컴퓨터 'LW60' 시리즈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안전규격 인증기관인 미국의 UL의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 기준을 통과했다. 세계 최초의 친환경 노트북이라고 LG전자 측은 강조했다. 뒤이어 지상파DMB 노트북인 '익스프레스 LW20' 등 노트북 14종과 데스크톱 20종도 환경마크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더 나아가 친환경 제품을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이미 2003년에 LCD TV.모니터.세탁기.에어컨 등에 납땜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해엔 전체 사업장과 협력업체에서도 납땜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기술을 적용했다. 아예 원재료와 부품 구매 때부터 철저한 분석과 검증을 통해 유해물질의 유입을 막고 있다.

이를 위해 환경기술위원회와 같은 친환경 조직의 역할을 강화하고 친환경 제품 설계자, 제품 환경 전문가 등 전문인력을 확충했다. 또 유해물질 성분 분석 시험소, 협력회사에 대한 친환경 인증제, 친환경 규제 매뉴얼, 유해물질 관리 시스템 등 환경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LG전자는 미국의 유명 검사기관인 UL로부터 유해물질 공식시험소로 지정받았다. 시험소 인증으로 LG전자는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해 공신력 있는 성분분석 결과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경쟁사들은 UL과 같은 제3의 기관으로부터 성분분석 결과를 받아야 한다. 이로써 LG전자는 제품 신뢰성과 품질공신력을 확보하고, 선진국 시장의 유해물질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게 됐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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