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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엔 벌써 "선거전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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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의 지역협의회 구성, 해금인사들의 정계복귀 움직임과 이에 긴장한 야당의원들의 장기귀향활동으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구에 때이른 열기가 일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민정당의 지역협의회 구성이 한참이고 이에 맞선 야당측의 성토 또한 전에 없이 높은 목소리다.
지역협의회를 둘러싼 지역구정치를 정당출입기자의 현장취재로 살려본다.
○…3월26일 상오 10시 대전시D동 골목유치원 2층의 새마을회관에 옷차림새가 반듯한 남녀인사 40여명이 모였다. 민정당의 지역협의회 창립총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임시의장이 선출되고 전형위원을 선정해 회장선출을 협의하는동안 위원장은 『선거에 대비해 저인망식으로 표를 긁어가기 위한 것이고 선거만 끝나면 해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지역협의회는 주민의 자치기구로서 민정당과 더불어 영구히 존속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창당때 당원이었다가 선거후 조직개편으로 물러났던 K씨가 협의회회장으로 선출돼 박수 갈채속에 등단, 『본인을 선출한 것은 본인을 욕주자는 것』이라고 은근히 과거에 밀려났던 사실을 불평하고는 앞으로 D동 발전을 위해 같이 일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같이했는데 이 자리에는 동장을 비롯한 지역유지들이 참석해 지역협의회의 위치를 돋보이게 해준다.
D동 민정당지역협의회는 △지도장·부지도장등 기간당직자 28명 △중앙위원등 대의당직자 15명 △유지급 신규입당자 13명등 56명으로 구성됐다. 신입회원은 동개발위원장·전방위협의회장·건설회사사장등 말깨나 하는 인사들이다.
이같은 풍경은 전국적으로 어디나 비슷하다.
경남 모지구에서 위원장은 『전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전에 지방자치를 실시하자는 것이 민정당 방침이나 그동안 준비가 필요하다』며 『그 준비의 일환으로 지역협의회 중심으로 자치제를 연습해야 한다』고 지역협의회가 단순한 선거용이 아님을 강조했다. 『식구끼리 모였으니 터놓고 얘기하자』며 『해금자와 야당측이 내가 공천을 못받을 것이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데 이는 모두 민정당조직을 와해시키자는 공작』이라는등 신상해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협의회구성을 끝내면 군별로 중앙당의 1박2일 단체교육에 들어간다. 한 군에서 적게는 4백여명, 많으면 7백 가까운 지역협의회 회원들이 10여대의 전세버스를 타고 한꺼번에 서울로 향한다.
중앙당에서는 ①동원율 ②질서 ③당무현황숙지 ④특별당비납부등으로 교육평가를 하는데 특히 지도장급 3만원, 부지도장급 1만원, 활동장 3천원으로 규정된 당비는 1백50%를 내도록 독려받는다.
특별당비를 50%밖에 못내 불량으로 지적된 어떤 지구의 경우는 사무국장이 항의하는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교육동원율은 거의 모든 지구가 95%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야당을 자극할까 우려해 전세버스에 플래카드를 못 걸게하고 버스안에서 노래등을 못부르게 지시했다.
지금까지 36개 구·군이 교육을 받아 교육실적은 약 10%이며 5월까지는 거의 교육을 끝낼 예정이다.
○…민정당측은 당초 읍·면·동단위로 지역협의회를 30∼40명, 그중 지방유지의 신규입당을 30%로 지시했다가 『중도인사까지 싹 쓸어간다』는 야당측의 비판이 일자 다시 10%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당의 지침은 갈 지켜지지 않는듯. 충남 아산의 경우 13개 지역협의회 7백명회원중 신규입당자가 1백66명으로 24% 정도. 충남전체에서는 면단위로 7∼8명, 읍이상 도시는 15명쯤이 새로 들어와 평균 15%이상이 새로 입당한 꼴이다.
어떤 지구당에서는 『10%제한 지침때문에 좋은 사람 다 놓친다고 아우성』이라는 것. 구성인원수도 들쭉날쭉해서 충남성환 같은 곳은 1백명을 넘고 경남 밀양군무안면은 43명인데 대체로 50명선.
충남 서산-당진의 경우 10∼15명의 신규 입당자중 여성이 8∼10명이나 되어 특이한데 사무국장·지도장등이 나서서 남편과 시아버지를 설득, 입당시켰다는 것.
중앙당에선 평통자문위원, 새마을 지도자, 사회정화위원들을 제외토록 지시했으나 실제로 꼭 준수되지는 못하고있는 실정. 천안-아산지역에 5∼6명의 평통자문위원이 포함돼있고 충남 모지구의 경우 신입회원 11명중 새마을봉사회장,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포함돼 있다.
지구당실무자들은 『시골은 인재난으로 한사람이 여러개 감투를 쓰고있는데 그런 사람을 뺄 수도 없지 않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새로 영입한 회원중 상당수는 창당 당시의 당원들. 한 지구당관계자는 지난번 선거후 조직개편 과정에서 당원연령층이 대폭 젊어지고 이 바람에 밀려났던 노장당원들이 소외감을 느꼈는데 이번에 지역협의회에 참여시킴으로써 조직이 더욱 폭넓게 활동하게됐다고 평가하는 곳이 많았다.
○…지역협의회다, 제2차 당원현지교육이다하여 민정당의 조직확대·강화가 한창인데도 야당측은 『민정당이 주민을 몽땅 쓸어간다』고 발을 구를뿐 뾰족한 대응책을 못세우는 형편.
민한당의 한 지구당 위원장은 『평소에 말이 통할 수 있는 인물로 점찍어놓고 인사차 갔더니 벌써 지역협의회에 들어가 버렸더라』고 한숨. 정당에는 가입할 뜻이 없으니 뒤에서 돕겠다고하는 사람조차도 친척, 친구들을 동원해 『지역을 위해 협의하자는 것일뿐』이라고 계속 권유해 참여안할수 없게 만든다는게 야당측 주장.
야당의원들중에는 『어차피 여당 도울 사람을 데리고 간게 아니냐』 『매일같이 회의를 여니 자기일 못하겠다고 불평이 많더라』고 자위하는 측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디 찔러볼만한데가 없어졌다』고 민정당의 독주를 비판하고 있다.
20여일째 지구당에 내려와있는 전남의 한 민한당의원은 『자기네들이 버스행렬을 이루며 조직시위를 하는데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두발로 직접 뛰는 일뿐』이라며 『민정당이 저토록 조직을 확장하면 우리도 뛸 수밖에 없으니 선거과열은 전적으로 민정당 책임』이라고 주장.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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