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 연락주세요' 글 올린 뒤 재직증명서·은행거래내역 조작한 페북 대출사기단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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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페이스북을 하고 있던 K(19)양은 친구가 공유한 한 게시글에서 마우스 스크롤을 멈췄다. ‘♡신용대출♡ 96년생 생일 지나신 여성분들 환영^^’이라는 문구를 보고서였다. 집안 사정 때문에 급하게 수백만원이 필요한 참이었다. ‘필요자금 당일진행원칙 본인통장으로 당일입금 완벽서류. 믿고문의주세요’란 문구를 보니 한번 연락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me****’란 아이디를 친구 추가한 후, 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10분도 안돼 답장이 왔다. K양은 당일날 이들과 가짜 재직증명서, 은행거래내역 등을 위조해 필요했던 돈을 손에 쥐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재직증명서와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은행 거래내역 등을 위조해 K양 등 9명이 저축은행 등에서 400만~2600만원씩 총 79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해주고 수수료로 총 2580만원을 챙긴 혐의로(사기) 홍모(28)씨를 지난 9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대출금 인출책인 정모(30)씨 등 6명 역시 같은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일당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페이스북에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당일 대출을 해준다는 글을 올렸다. K양처럼 연락이 온 의뢰자들은 집 근처의 모텔이나 커피숍 등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이후 모텔 PC 등 공용컴퓨터를 이용해 공인인증서를 내려받아 대출을 신청하고, 미리 위조한 문서를 은행에 보내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종암서 이정찬 지능팀 경위는 “인터넷 대출이 서류 심사만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해 재직증명서를 위조시 회사 전화번호 대신 일반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확인전화가 오면 대출 신청자가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은행에서 대출이 승인되면 대출금에서 수수료 30~40%를 뺀 금액을 의뢰자들의 통장에 입금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의뢰자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신용대출이 불가능한 무직이었다.

경찰은 지난 1월 문서위조혐의로 검거한 이모(28)씨를 조사하던 중 총책 홍씨와 주고받은 이메일과 계좌,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홍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홍씨는 대출사기업계에서 일명 ‘우실장’으로 활동하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한 작업대출사기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인터넷 대출 관련 광고를 보고 사기 유혹에 넘어가다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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