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두 번 울었다" 정부 복구사업 참여했다 하청공사비 떼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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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피해 복구 과정에서 두 번 우는 동포들이 많습니다."

'카트리나.리타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맡은 이상호(69.사진) 위원장은 5일 비정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8월 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냈던 카트리나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변에 사는 동포 사회에도 큰 상흔을 남겼다. 인근 지역 동포는 모두 2500여 명이다.

이 위원장은 "이들 중 90% 이상이 집이든 가게든 허리케인의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보험 처리될 피해액을 빼고도 6500만 달러(약 67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동포들의 피해가 컸던 것은 수재보험에 아예 들지 않았거나 가입했더라도 일부만 들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미 정부가 주도하는 복구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돈을 떼인 교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 구호당국은 부서진 주택의 지붕을 고쳐주는 '블루 캡(Blue Cap)'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민간기업들에 공사를 맡겼다. 많은 한인들이 민간기업의 하청업자로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한인 업자들이 관급 공사라는 것만 믿고 들어갔다가 대부분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사비 수금을 포기한 한인도 수십여 명이나 된다.

MK서비스 대표 권오수씨는 "1년 전 차린 세탁소가 침수되는 바람에 블루 캡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3만여 달러를 못 받고 있다"며 분개했다.

카트리나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기업의 횡포는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였던 핼리버튼의 자회사 KBR이 복구 공사를 맡은 뒤 불법 체류자를 저임금에 고용했으며 그나마 돈도 제때 주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었다. 외지에서 돈을 벌러 왔다가 1850달러의 임금을 못 받았다는 임경순씨는 "뉴올리언스가 한국인들에겐 악(惡)과 분노의 도시가 됐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이렇게 흉흉했지만 동포애는 따뜻했다. 전 세계 한인들로부터 온정이 밀려왔다. 미주 교민단체와 한국의 자선기구, 멀리 있는 호주.중국.캐나다.독일의 한인 동포들도 주머니를 털었다. 모두 450만 달러의 성금이 모였다.

뉴올리언스=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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