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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상담소] 특별히 잘하는 과목 없는데 … 외고냐, 자사고냐 헷갈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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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송혜영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은 ‘2016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입시에서 면접권을 유지하고 일반고에서 고교선택제를 지난해와 같이 시행하는 게 핵심입니다. 학부모들은 머리가 아픕니다. 과학고·영재학교·외고·자사고 등 학교 종류도 다양하고 입학 전형도 제각각인 데다 입시 제도까지 자주 바뀌니 말입니다. 학부모들의 고교 입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봤습니다.

Q “적성 애매한 아이, 일반고 보내자니 불안하네요”

올해 중3 자녀를 둔 워킹맘입니다. TV에서는 매일같이 대입·수능에 대한 뉴스만 나오는데, 저는 당장 고입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지난해까지는 별다른 고민 없이 집 근처에 있는 일반고에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중3이 되니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가 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자녀를 일반고에 보낸 한 선배 학부모는 “특목고에 떨어지는 순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포기했다”고 합니다. 자사고에 전학시킬 방법도 알아보고 있다고 하고요. 저도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날로 인터넷을 검색해 고등학교 관련 정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종류도 다양하고 각각 특성이 달라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지는 감이 안 옵니다. 우리 애는 전체적인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눈에 띄게 잘하는 과목은 없습니다. 장래희망이 의사와 경제학자일 정도로 문·이과적 성향을 두루 갖추고 있고요.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수학·과학을 뛰어나게 잘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외고에 들어갈 정도로 영어를 유별나게 잘하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모씨(47·서울 강남구)

Q “영어 잘하는데 외고 싫대요, 자사고가 정답일까요”

첫째는 재수해서 올해 대학에 들어갔고 둘째는 중2입니다.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편 직장 때문에 미국에서 2년 정도 생활한 덕에 특별히 사교육 없이 영어 점수가 곧잘 나오는 편입니다. 문제는 수학입니다. 미국에서도 한국 수학 교재를 구해 풀게 하는 등 애를 썼지만 한국에 돌아온 아이는 수학 과목 따라가는 걸 버거워 하더군요. 학원·과외를 시켜 봐도 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학교 1학년 2학기 점수는 어디다 말하기 창피할 정도입니다. 영어는 잘하고 수학이 부족하니 당연히 외고에 보낼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째도 외고를 졸업했고, 학교 다닐 때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문제는 둘째 아이가 외고 진학을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외국어 배우는 데 큰 흥미를 못 느낀다며 자신은 외대부고(전국 단위 자사고)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신문기사를 통해 본 학생들의 모습이 자신이 꿈꾸던 고등학교 생활이라면서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수학 성적이 나빠 지원해봐야 1단계에서 탈락할 것 같습니다. 아이 아빠는 양정고·한가람고 같은 지역 단위 자사고에 보내랍니다. 뭐가 정답일까요. 김모씨(45·서울 양천구)

자녀가 뭘 잘하는지보다 뭘 좋아하는지 중요
내신이 당락 좌우…학교별 반영 과목 따져야

A 대입처럼 치열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입시도 학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고등학교를 제대로 골라야 대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고교 입시 설명회를 따라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특히 2011년 이명박 정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사고, 마이스터고까지 등장해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습니다.

 고교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중학교 내신 성적입니다. 과고·외고 등 특목고 입시 1단계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게 내신 성적과 출결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성적보다 어떤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잘 파악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똑같이 전교 10등이라고 해도 수학·과학 과목을 잘하는 학생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입시에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은 외고나 국제고 입시에 더 유리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성적보다 중요한 건 자녀 성향입니다. 두 사례자의 자녀 모두 외고보다 자사고를 추천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문·이과적 성향을 두루 갖추고 있고, 두 번째 사례자는 외국어 학습에 흥미를 못 느껴서입니다. 외고에 들어가면 자연계열에 진학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입학 후 의대에 들어가고 싶으면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외고는 일반고에 비해 영어와 제2외국어 수업시간이 많아 외국어에 흥미를 못 느끼면 학교생활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의 자녀는 전국 단위 자사고인 외대부고 진학을 원하고, 부모는 1학년 2학기 수학 성적이 나빠 외대부고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 될 거라 판단하는 상황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포기할 시점은 아닙니다. 외대부고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 1학년 2학기 성적을 반영하지 않았고,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자녀가 받는 성적을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사고는 이렇듯 각 학교별로 전형이 다릅니다. 2015학년도 외대부고와 하나고 입학 전형만 비교해도 반영 과목과 학기가 달랐습니다. 외대부고는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주요 과목만 평가했지만 하나고는 이외에 도덕·기술가정·체육·음악·미술 등 전과목 점수를 반영했습니다. 또 2학년 1·2학기와 3학년 1·2학기를 평가한 외대부고와 달리 하나고는 1학년 2학기와 2학년 1·2학기, 3학년 1학기를 기준으로 내신점수를 냈습니다. 1학년 2학기 때 성적이 유난히 떨어지는 학생이나 주요 과목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은 하나고보다 외대부고에 지원하는 게 유리합니다.

 이와 달리 외고는 전국 단위 자사고와 다르게 대부분 학교가 1단계에서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영어 과목 점수로만 전체 정원의 2배수를 뽑습니다. 국어·영어·수학 과목 등에서 아무리 안 좋은 점수를 받아도 외고에 들어가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또 현재 서울에만 24곳 있는 지역 단위 자사고는 1단계에서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을 선발합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자사고 폐지, 면접권 박탈 등은 올해는 시행하지 않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지난해와 같이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뽑은 후 2단계에서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려냅니다. 일정 경쟁률을 넘지 못하는 학교는 전원 면접 없이 추첨으로만 학생을 선발할 수도 있습니다.

 외고와 자사고 모두 1단계 통과 후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최종 합격이 가능합니다. 지난해부터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시행되면서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등 서류와 면접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자기소개서 등에 토플, 토익 등 각종 어학인증시험 점수와 교내외 경시대회 입상 실적은 물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쓰는 걸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어길 경우 0점 처리되거나 학교별 기준에 따라 항목 배점의 10%이상 감점될 수 있습니다.

열공 상담소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을 받습니다. 육아·성적·건강·대인관계·성격·진로 등 어떤 주제의 고민이든 열려라공부 e메일(gangnam@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도움말 주신 분: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학교배정담당 손영순 과장, 휘문고 신동원 교감, 외대부고 최종우 입학홍보부장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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