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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상식으론 우연일 수 없다|소서 정보 빼내려 접근할 때|미선 역 작전으로 두고본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해 상에서 21일 발생한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와 소련잠수함의 충돌사건은 군사적 개념으로 볼 때 우연히 일어난 사건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우선 키티호크호 가 한국에서 실시중인 한미군사훈련「팀·스피리트임」작전에 참가 중에 있었기 때문에 완전 군사작전 배치상태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을 증시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적으로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미 함대작전은 항공모함을 필두로 순양함 2∼4척, 호위구축함10여 척, 그리고 상륙함·초 계함·보 금 함 등 모두 20∼30여 척의 수상함과 호위 잠수함 5척 정도가 동원되는 것이 통례다.
또 항공모함 함대가 작전에 들어가면 반경 3백∼4백km의 수 역이 작전구역으로 설정돼 그 안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은 초 계함 초 계기등의 활동과 최신 레이다망 에 걸러 공중·해상·해저 어느 곳에서도 발각되게 마련이다.
사건발생당시 부근에는 미국 함정 뿐 아니라 소련의 카라급 순양함도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소규모의 소련함대도 미 함대부근에서 작전 중에 있었음이 틀립 없다.
이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보면소련함대의 임무는「팀·스피리트 84작전에 참가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함대를 감시·미행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틀림없다.
미·소 해군은 상대방이 작전에 들어가면 상대방의 군사작전정보를 빼내기 위해 작전 수 역으로 들어가 감시·미행활동을 벌이는 것이 통상적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충돌 할 정도로 서로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왜 경고 등 적절한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 의문점으로 남는다.
현대의 군사과학수준으로 볼 때 서로 접근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키티호크호 만 해도 모든 전술정보를 수집·통제·처리하는 NTDS시스팁과 타칸, 그리고 군사위성과 연결되는 OE-82 레이다를 설치하고 있다.
결국 소련함대는 조금이라도 더 접근해 미 함대의 작전정보를 빼내려 했고 미 함대 족에 서도 접근하는 소 함대를 그대로 .두면서 역으로 소 함대의 군사정보를 탐지하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군사적인 측면 외에 소련크렘린에「체르넨코」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군사적 층돌이었다는 점에서 서로가 어떤 의지를 시험해 본 것이 아닌가 도 생각된다.
특히 「팀·스피리트」작전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서간의 대결상황에서 공산 측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작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욱이 크템린 내부에서는 군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금년 미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레이건」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려 하는 것이 최근의 소련입장이다.
소련 은 이미 60년대부터 유럽 쪽의 흑해, 발틱 해와 함께 극동 족의 동해를 그들의「내해」로 설정, 군사적 주권이 미치는 해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7O년대 후반이후 소련은 블라디보스토크를 기지로 하는 태평양 함대를 소련이 갖고있는 4개 함대 중 가장 강력한 함대로 키워 놓았다
결국 이번 충돌사건은 동해를 그들의「내해」로 간주하는 소련의 군사적 의지와 군사적 충돌을 일으킴으로써「레이건」대통령을 시험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빚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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