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첫 해외프로젝트 총괄 이세훈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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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롯데그룹의 '모스크바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02년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의 시내 한복판에 백화점과 호텔을 짓는 이 프로젝트는 롯데가 해외에서 벌이는 첫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L&L 모스크바 본사 이세훈 부사장(사진)은 "백화점과 호텔을 경영하는 여건이 아주 좋아졌다. 좀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L&L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약자다. 신격호 회장이 총괄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6개 계열사가 출자한 현지 법인이다.

롯데는 모스크바의 주요 상업지구중 하나인 신아르바트 거리에 백화점과 사무실용인 21층짜리 빌딩과 9층 짜리 5성급 호텔을 건설중이다. 두 건물의 연면적은 4만6250평에 달한다. 총투자비는 4억 달러다.백화점 건물은 내년말,호텔은 2008년말 완공 예정이다.

이 부사장의 말처럼 러시아의 경제 사정은 아주 좋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요즘 넘쳐나는 오일달러에 즐거운 비명이다. 2000년 이후 러시아는 연평균 약 7%대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어 내수 사업 전망이 아주 밝다.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몰리고 있고 국제행사도 자주 열려 모스크바의 주요 호텔의 방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5성급 호텔의 스탠더드 룸은 1박에 무려 700달러(70만원)에 육박한다.

이 부사장은 "모스크바에 진출해있는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는 메트로와 이케아 정도"라며 "롯데 같은 백화점은 아직 없기 때문에 상위 10% 계층만 보고 장사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또 "모스크바에서 5성급 호텔은 9개뿐"이라며 "그나마 러시아계 호텔은 시설이 노후화돼 요즘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화점과 호텔을 건설하기까지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롯데가 처음 모스크바에 진출한 것은 1997년. 당시 러시아재벌이었던 로고바즈 그룹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로고바즈는 "백화점과 호텔로는 큰 돈을 못버니 다른 사업을 하자"며 수정제안을 했고 도중에 증자를 해야했는데도 "돈이 없다"며 버티기도 했다. 결국 롯데는 로고바즈의 지분을 몽땅 인수한 후에야 호텔과 백화점의 건설에 나설 수 있었다.

또 각종 건축 규제도 많고, 그와 관련된 정책도 자주 바뀌었다. 이 부사장은 "백화점 빌딩은 당초 23층으로 승인받았지만 나중에 옆 건물보다 높이 올라가면 안된다고 해서 21층으로 낮추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6년전에 모스크바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처음엔 신발을 제대로 안 신는 아프리카에 가서 운동화 장사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왔다"면서 " 지금은 그룹의 해외진출 1호 사업이 꼭 성공할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됐다"고 밝혔다.

모스크바=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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