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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양궁 흔들리는 김진호 아성|「무서운 소녀」속출, 불뿜는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LA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여자양궁 기록경쟁에 불이 붙었다. 나이어린 여중고생들의 패기찬 도전에 세계선수권자 김진호가 쫓기고 있다. 신기록경쟁만이 아니라 누가 LA에 가느냐가 관심의 초점.
신정순 이순미에 이어 이번엔 황은희가 30m더블서 김진호의 세계기록을 깸으로써 김진호의 아성이 차츰 허용되어지고 이날 지난달 한체대에 입단한 김진호(23)는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유일하게도 한국기록이 세계기록을 능가하는 한국여자양궁계에서 선두주자자리를 나이 어린 후배들이 자꾸만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6년 서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계속되어 온 김진호의 독주는 82년 10월 당시 여고 2년생이던 신정순(21·전남대)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신정순은 30m싱글에 이어 50m더블에서도 한국기록을 경신함으로써 김진호의 자존심을 흔들어 놓았다.
다시 이를 악문 김진호는 1년 후인 83년8윌 50m에서 6백점을 마크. 한국기록 1개를 되찾았으나 30m싱글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어 이순미(18·진해여고)가 50m에서 3백26점으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도전장을 내놓았다. 참을 수 없게된 김진호는 불과 1주일후 국가대표평가전에서 3백29점을 올리는 기염으로 또다시 정상을 되찾는 승부욕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황은희(15·진해여중)가 10일 상비군선발 첫날 김진호의 취약종목인 30m싱글 3백점(한국기록 3백m·신정순)의 호기록을 보이더니 20일 더블에서 6백98점을 마크, 한국신기록이자 동시에 비공인세계신기록(종전 6백96점·김진호) 용수림, 새로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로써 여자양궁은 차츰 혼전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무서운 소녀」 장은희가 「세계의 마녀」 김진호를 완전히 앞지를 수 있을까. 이번에 대표 3진격인 우수선수에서 2진 상비군으로 승격한 황은희와 5년정상을 지키고 있는 김진호가 겨룰 2차평가전(4월15일 예정)의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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