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로수길 땅 사서라도 … 신규 면세점 지으려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금까지는 적극적으로 출점하기 보다는 기존 매장을 수성하자는 측면이 강했어요. 하지만 신라면세점이 현대산업개발과 조인트벤처를 세운다니 이제는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네요.”

 12일 현대산업개발과 신라면세점이 (주)HDC신라면세점을 세워 용산역사에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28만㎡) 면세점을 짓겠다고 깜짝 발표를 내놓자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참여의사를 밝힌 유통업체들의 긴장감이 크게 올라갔다. 오는 6월 결판이 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롯데·신라를 비롯해 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SK네트웍스·신세계·한화갤러리아 등 7군데다 . 하지만 대기업 몫으로 배정된 면세점은 두개 뿐이어서 어느때보다 격전이 예상된다. 이중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곳은 롯데다.

 롯데면세점측은 6월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 중 상당수가 기존의 롯데 소공동·잠실 면세점 사업권이 만료되는 12월 재입찰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라면세점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

 롯데 관계자는 “HDC신라면세점이 용산역에서 면세점 허가를 받은데 이어 잠실 면세점 사업권까지 신라가 챙겨간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신라는 올해 3월 롯데가 운영해오던 제주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응해 롯데 측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전력이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유커를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시내 면세점’을 최상위 컨셉트로 정하고, 후보지 최종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김포공항 롯데몰 ▶동대문 롯데피트인 ▶신사동 가로수길 등 3곳이 유력하다. 김포공항은 베이징·상하이 셔틀 노선과 연계성이 좋고, 동대문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관심을 모으는 곳은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다른 후보지와 달리 롯데그룹의 대형 매장도 없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할 랜드마크 성격의 면세점을 짓지 않고서는 사업권을 딸 수 없을 것”이라며 “가로수길에 땅을 사서라도 신규 면세점을 추진해 신라면세점에 대비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HDC신라면세점의 용산역 면세점 추진 소식에 같은 범 현대가 일원인 현대백화점도 급히 시내 면세점 전략 점검에 나섰다. 이 회사 김관수 상무는 “현대산업개발의 조인트 벤처 소식에 놀랐다”고 하면서도 “그동안 강남의 최고 프리미엄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개인단위 럭셔리 유커’를 유치하는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사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