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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공 보석|세금 많아 밀수품에 밀린다|이리 귀금속단지, 내수 기반 없어 침체 계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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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가가치가 높은 보석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만 날로 늘어나는 외국 관광객과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의 관광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읍니다.』 이리 수출자유지역 귀금속 보석가공업 협동조합 정동선씨의 첫 마디다.
세계보석시장의 연간 교역량은 야 1천억달러(80조원). 그러나 국내에서 가공수출하는 것은 귀금속·보석을 합쳐도 겨우 연평균 2천만달러 정도다.
『현재의 시설 규모로 10배 이상인 2억 달러 어치의 보석을 가공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보석산업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은 국내 내수기반이 없기 때문이죠.』 정씨는 원석 수입시 50%의 높은 관세와 특소세 1백%의 부담이 보석산업을 침체시킨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리귀금속단지에는 지난 76년 이후 60여개 업체가 문을 닫는 침체를 계속, 3월 현재 52개 업체가 가동중에 있다.
『81년 호황을 맞았을 때는 수출량이 2천 8백만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천 8백여만달러로 줄었읍니다.』
수출이 오히려 줄어든 것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업자들이 세계수출시장에서 덤핑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
『이리단지에서 가공되는 보석 중 수출량의 20%까지는 국내시장에 내 놓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1백%의 특소세 등을 물 경우 그 값이 시중에 거래되는 밀수품의 3.5배에 달해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경쟁이 될 수 조차 없다』며 보석가공회사인 (주)극동양행 김동극씨(38)는 『현실성 없는 중과세율이 국내 보석 가공업을 위축시키고 밀수 행위를 조장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보석이지만 국세청이 거둬 들인 보석 거래에 대한 세금 실적은 전무하다. 연간 국내에서 거래되는 보석이 2천 5백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도 징세실적이 없는 것은 일반 보석상들이 거래 실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 서울 명동에서 보석상을 하는 김모씨(49)는 『거래 실적을 남길 경우 마진의 3배 이상 되는 세금을 내야 한다』며 『세무 당국에서도 이 같은 불합리한 세율을 조정해야만 징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지하 유통되는 보석 거래를 양성화시키기 위해 관세청에서는 지난 2일 공청회를 개최, 관련 부처와 업계·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은 바 있다.
업자들의 주장은 원석 수입시 관세 50%를 10% 이하로 낮추고 가공 후 완제품에 부과되는 1백%의 특소세를 10%정도로 낮추면 국내시장에서 밀수품과 가격경쟁이 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당국안은 관세 10%, 특소세 30%. 당국이 밀수방지와 세수증대의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세율조정에 인색한 것은 소비를 조장하는 듯한 인상과 조세율의 형평을 우려한 때문.
정동성씨는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에조차 특소세를 부과, 1백%의 징수 실적을 보이면서 수백만·수천만원까지 하는 보석 제품의 거래에서 특소세를 징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현행의 높은 세율 때문』이라며 현실성 있는 세율 조정으로 국고 수입의 증대와 함께 정상적인 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가공 수출되는 보석의 주종은 모조 다이어먼드인 「큐빅지르코니아」.
큐빅지르코니아는 강도 8.5의 합성석으로 전체 수출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1캐러트의 수출 가격이 42센트(약 3백 30원)로 다이어먼드 1캐러트짜리가 8백만원인데 비하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데도 큐빅지르코니아 가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가공업계의 영세성 때문』이라는 것이 보석 전문가 윤상환씨(48)의 설명이다. 이리단지 내의 가공업자들은 원석도입 비축 자금으로 50억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윤씨는 『원석을 수입, 가공할 경우 50% 이상의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며 이젠 『보석 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육성할 때도 됐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유통 구조를 개선, 수입 업자→도매상→소매상으로 유통 경로를 단순화시키면 가격도 국제 시세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 윤씨는 『유통 구조 개선의 첫걸음은 보석 수입의 자유화』라며 자유화가 이뤄지면 국고 수입의 증대는 물론 양질의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윤씨는 보석의 수출을 활성화시키려면 ▲천연 원석의 원활한 공급 확보 ▲고급 전문인과 기술 인력의 양성 ▲현재 미·일·홍콩으로 한정된 수출 시장의 다변화 ▲보석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다이어먼드 가공 회사에 유학, 기술을 배워온 박인덕씨(36·코리아다이어먼드사 상무)는 『보석을 사치품으로만 규정, 암거래를 묵인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라며 『보석을 국부의 한형태로 파악,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말한다.

<이리=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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