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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언론인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작년말 뉴욕의 한 식당에서는 미국 신문에서 일하는 10여명의 교포 언론인들이 모여 「한미 미디어 대책 연구회」를 결성했다. 이 조촐한 모임은 지난 10여년동안 미국 언론계의 틈바구니에 끼여 서로 분산된 채 일하면서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서 소중하게 키워온 조그만 꿈의 결실이었다.
한국인의 본격적인 미국이민이 시작된지도 이제 20년여. 미국 교포수도 이제 재일교포수를 능가하는 70만명에 육박하면서 미국사회에서 하나의 뚜렷한 소수민족의 아이덴티티를 이룩하고 있다.
미국 신문에 몸담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국 교포의 아이덴티티가 형성되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미국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한국인의 이미지가 미국 언론주류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편견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해왔다.
그런 느낌은 우리교포 사회 중에서 언론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들이 그런 왜곡을 올바로 잡기 위한 어떤 적극적 기여를 통합된 힘으로 해봄직하다는 생각으로 방향이 잡혀졌다. 그 결과가 이 조그만 모임이었다.
8살에 미국에 온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지기자 「카니 강」여사도 있고 한국서 대학과 군대를 마치고온 앤아버뉴스의 변종화기자도 있는가하면 50년대초에 온 분 등 남녀노소, 회원들의 배경은 각양각색이다.
현재 각 신문·방송·통신에 있는 분들이 총 l5∼16명이 된다.
이날 하루 모여서 우리가 한 세미나의 주제는 「한국계 미국시민과 언론주류」였다.
워낙 적은 숫자라 우리는 그동안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동일업종의 특이성을 놓고 공통분모를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지자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생일선물을 받은 아이들처럼 좋아들했다.
꼭 동료의식뿐아니라 10여년간 이름으로만 서로 알면서, 그러나 형제자매 감각은 늘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이민사 1백년동안 미국언론계에서 소수민족, 흑인과 동양인, 한국인 커뮤니티의 권익옹호를 위해 문자 그대로 전투원 노릇을 한 분이 있다면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유니온지의 노장기자 이경원씨다.
그에게는 일화가 많다.
민완경찰기자인 그가 수년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에 들어섰을 때 나는 그의 다혈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미국사회에 진출하는 동양인의 외로움을 기사로 쓴바있는 흑인여기자가 옆자리에 있어서 그에게 소개했더니 대뜸 여러 미국기자들이 듣는 앞에서 『이 홍키·페이퍼 (쌍소리로 백인신문이라는 표현)에서 등어리에 칼질도 많이 받았겠네. 고맙다. 더욱 분투하라』는 것이 아닌가!
미국에 온 이민치고 초기에 편견의 혹독한 세례를 거치지 않은 민족이 없지만 요즘 한국교포가 당하는 편견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가장 두드러긴 예가 이른바 이철수사건이다. 그는 억울한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아 10년동안 옥고를 치르다가 지난해에야 여러동양인들의 투쟁끝에 석방되었다. 그에 대한 혐의가 인종적 편견에서 나온 것이라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 폭로한 것이 바로 이경원 기자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지는 81년에 로스앤젤레스 일대의 전 한국인사회가 깡패조직아래 놓여있는 듯한 인상의 기사를 써 교포들의 반발을 일으킨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주간지 타임이 동양이민사회를 주제로 한 표제기사를 쓰면서 특히 한국교포들을 멸시하는 내용을 썼으며 이밖에도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바를 묘사 한 기사, 시애틀의 타코마파크에서 미군과 위장결혼해서 미국행길을 뚫은 한국여성에 관한 기사등을 들 수 있다. 미국 신문들이 소수민족의 문제를 다룰 때는 자기들 사회를 취재할 때 발휘하는 정확성이나 관점의 객관성 등을 소홀히 하고 왜곡하거나 침소봉대하고 편파적이며 무분별하게 선동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경향을 바로 잡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1차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속해 있는 언론기관 내부에서 노력하는 일은 물론이고 교포사회 전체에 대해서 언론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해 전문적인 자문을 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우리가 하고자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첫째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으면서 각종 미국언론의 한국인 취급기사를 감시 검토하고 상호소식을 전달 교환할 것, 둘째 내셔널 프레스 카운실을 통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항의서를 제출해 조사결과를 보고 받을 것, 세째 2세의 저널리즘교육에 관심을 두고 후배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 네째 한국계 인사들을 미언론계에 취직시키는 일에 적극 힘쓸 것 등이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의 이미지가 혁신되고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대한 인식을 미국에 있는 모든 교포들이 갖도록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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