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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톱3, 자산 1000억 안팎 소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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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뜻의 이 말처럼 올 1분기 펀드 시장은 작음의 울림이 컸다. 자산운용사 수익률 상위 10위에 자산 규모 1조원 미만의 회사가 8개나 오르는 등 중소형사가 약진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형주로 자금이 몰리면서 중소형 펀드가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몸집이 작은 자산운용사가 중소형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얘기다.

 본지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올해 1분기 펀드 실적을 분석해보니 수익률 상위 10위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사(순자산 300억원 이상) 가운데 8개사가 자산 1조원 미만 회사였다. 특히 상위 1~3위는 자산 1000억원 내외의 소형 자산운용사가 휩쓸었다. 1분기 수익률 21.18%로 1위에 오른 현대인베스트먼트는 자산 규모(1일 기준)가 1271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3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률은 은행의 연간 정기예금 금리(1.39~1.95%)의 10배를 훌쩍 넘어선다.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자산 규모가 6000억~7000억원이 됐으면 중소형주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만5000원 미만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 원칙 때문에 싼값에 산 주식이 크게 올랐다”며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장기 보유한 게 수익률을 높인 비결”이라고 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ETF 제외) 1~3위도 중소형 펀드 차지였다.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가 수익률 22.07%로 1위에 올랐으며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 자1’(21.99%), ‘IBK중소형주코리아 자’(21.47%) 순이었다. 중소형 펀드의 선전 덕에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65%로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6.55%)을 소폭 웃돌았다. 채권형의 수익률(1.44%)도 압도했다. 특히 중소형 펀드의 수익률은 11.59%로 일반 주식형 펀드(6.66%)의 두 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오르는데도 대규모 펀드 환매가 이뤄져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꺾이는 일이 반복됐다.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가 원금이 회복되면 환매에 나선 탓이다. 올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3조3294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8200억원이 유입됐다. 이로 인해 수년간 코스피지수는 1750~2100 사이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혔다. 문남중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08년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손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2000 선을 넘으면 대규모 환매가 쏟아지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4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환매 물량이 많은 구간(2000~2050)을 넘어섰기 때문에 앞으로 환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1분기 평균 7.29%의 수익률을 기록해 국내 주식형보다 높았다. 전철규 제로인 마케팅 이사는 “1분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008년 이후 계속 순유출을 기록했던 중국 펀드가 순유입으로 전환된 점”이라며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가능해지며 중국 본토 펀드가 높은 성과를 기록했고 많은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올 1월 중국 펀드에서 120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2월엔 484억원 순유입으로 전환된 데 이어 3월에는 순유입액이 1486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펀드’에 연초 이후 190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기존 투자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삼성자산운용이 판매를 중단할 정도였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로 금융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늘릴 때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먼저 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중소형 펀드보다는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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