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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에 나무 심어 악취 해소 … 환경 개선해 가축질환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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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먹을거리는 건강 챙기기의 첫단추다. 소비자는 영양과 위생뿐 아니라 요즘에는 힐링까지 요구한다. 정부와 식품업자들이 사육 및 재배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 과정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일 오전 전북 정읍의 돼지농가 성산농장.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을 비롯한 대한한돈협회(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산림조합중앙회 등 축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목적은 다름 아닌 나무 심기.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올 정도로 아름다운 한돈농장을 가꿉시다.” 삭막했던 성산농장 축사 주변이 1.5m의 묘목으로 조금씩 채워졌다.

이날 총 150그루의 측백나무가 이곳에 심어졌다. 성산농장 이영균 대표는 “휑했던 축사가 울창한 나무로 뒤덮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한돈협회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한돈농장 가꾸기 나무 심기 캠페인’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는 돼지농장 100곳에 100그루씩 총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올해는 500여 곳에 3만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나무는 산림조합중앙회가 지원한다.

대개 돼지농장이라고 하면 고약한 냄새와 지저분한 축사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나무 심기 캠페인은 국내 축산농가의 최대 애로사항인 악취 문제를 해소하고, 돼지농장 전체를 친환경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캠페인에 사용하는 묘목으로 악취 제거와 조경 효과가 뛰어난 측백나무·스트로브잣나무를 선택한 이유다.

최근 돼지 사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축산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돼지농장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악취 저감 컨설팅’을 시작했다. 악취 전문가와 함께 지난해 전국 28개 농가에서 컨설팅을 시행했다. 올해는 60개 농가로 확대된다. ICT 융복합 기술도 돼지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 중 하나다. ICT 융복합 기술이란 축사의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축사의 온도·습도는 물론 돼지가 마시는 물의 양과 사료량까지도 모니터링해 농장 주인에게 알려준다. 사람이 일일이 축사에 들어가 확인하지 않아도 돼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서재호 서기관은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폐사 등 가축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며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활용하면 정부도 효율적으로 축산농가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돼지농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결국 품질 좋은 돼지 사육으로 이어진다. 구제역·조류독감 같은 동물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는 환경 영향이 크다. 서 서기관은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그만큼 가축 질환 예방 차원에서 효과가 크다”며 “ ICT 기술의 경우 돼지 사육·도축에 대한 꼼꼼한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돼지가 마시는 물의 양까지도 모니터링해 실내환경이 건조한지, 돼지건강에 이상이 생겼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대한한돈협회 이병규 회장은 “이처럼 전국 한돈농가의 자발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초석을 마련해 가고 있다”며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oh.kyeong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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