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같은 「찰보리」가 나온다 |농지청 연구소, 새보리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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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물사료와 소주주정용으로까지 밀려난 보리가 더이상 푸대접 받지 않을 날이 멀지 않았다.
쌀에 가까운 보리와 밀과 흡사한 신종보리가 각각 농초진흥청 맥류연구소에서 개발되기 때문이다. 「찰보리」와 「밀보리」(보리×밀)가 바로 그것이다.
보리가 주곡자리에서 밀려나는데는 몇가지 결정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호화(풀이되는)온도가 높다. 쌀과 함께 밥을 지을 때 잘 익지 않아 따로 미리 삶아 놓아야 한다.
둘째, 찰기가 없어 감칠 맛이 없다.
셋째, 밀가루처럼 가루로 만들려해도 잘 빻아지지도 않고 섬유질이 많아 잘 붙어 버린다.
찰보리는 첫째와 둘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호화온도가 쌀과 비슷한 65도정도이며 찰기도 쌀에 버금간다. 한마디로 밥맛이 좋다.
뿐만아니라 찰보리에는 보통보리보다 식섬유질(베타·글루칸)이 3배나 된다. 쥐에 먹여보니 혈액과 간에 콜레스테롤함량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과 노화방지 식품인 율무나 오트밀처럼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맥류연구팀은 말한다.
밀보리는 거의 전부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밀을 어느 정도 대신할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농진청이 개발하고 있는 밀보리는 보리에다 분장질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기 때문에 전분구조가 밀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찰보리의 개발은 최종단계다. 이미 작년말 전국 27개소에서 지역적용실험에 들어갔다. 금년엔 장려품종으로 농가에 보급된다. 계통명도 수원 2백27호와 2백28호로 받아 놓았다.
밀보리도 시간 문제다. 4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개발가능성 판단후 이미 지난달 대통령에게 개발계획이 보고했다.
맥류연구소의 조장환소장과 이은섭대맥과장·정태영품질과장은 신종보리개발을 「혁명적」이라고 말한다.
보리는 자급도가 1백22·9%(84년)나 되는 정도로 생산되지만 소비는 1인 연간소비량이 74년 39·9kg에서 작년엔 14·5kg으로 줄어들었고, 밀은 작년에만도 자급도가 고작 2·6%여서 3억8천만달러나 들여 2백만t을 수입하는 형편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찰보리와 밀보리는 숙기가 보통보리보다 1주일∼10일 정도 빠른 재래품종에다 조작한 품종이라서 빨리 수확한후 벼를 심는데 문제가 없어지고, 특히 밀보리는 얼어죽는 온도가 보리 영하17도에 비해 밀처럼 영하 17도로 내려가 지금까지 보리를 별로 심지 않던 중부이북에도 심을수 있게 돼 식량증산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농촌진흥청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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