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한미무역(중) 미선거와 수입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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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괜찮다는 수출상품치고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의 심판대에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아직 안 오른것도 언제 오를지 알수 없다.
이같은 위협은 실업률이 늘어나고 선거철이 다가올 수록 가속된다.
섬유수출을 품목·수량 양면으로 묶는 섬유협정을 거의 강제로 사인시킨 것도 선거를 바로 앞둔 71년이었다.
미국이 지난 2년동안 가장 많이 휘두른 보호조치가 반덤핑관세다.
외국상품이 덤핑을 했다고 인정되면 그차액만큼 세금(관세)을 때려 값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70년만해도 덤핑제소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81년에는 22건에서 82년에는 1백6건으로, 83년에는 2백여건으로 늘어나 미상무성과 ITC 관련직원들의 손이 달릴 지경이 되었다. 너무 남발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각 노조나 산업계는 이 무기를 잘도 구사해 외국상품의 수입을 막았다.
한국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미관련업체들이 반덤핑으로 ITC에 제소만 해놓아도 한국상품은 큰 타격을 받는다. 판매부진을 염려한 미국수입업자들이 한국상품을 사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산 못과 자전거타이어 및 튜브가 반덤핑규제를 받고 있고 이외에 컬러TV와 강관·중후판등 5개품목이 덤핑에 걸려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79년 초기에는 국내메이커들이 직접 ITC공청회에 나가 덤핑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술하려해도 제한된 시간안에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요령을 터득하지 못해 반대측(미노조와 산업계)질문에 몰리는 일이 많았다.
ITC가 한국상품수출이 미산업계에 피해를 주고있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미상무성은 덤핑의 폭을 파악하기위해 한국에 조사관과 회계요원들을 자주 파견한다.
작년12월에 부산파이프·한국강관·현대강관·동진강관등의 강관수출가격을 조사나왔던 미상무성관리들이 관계회사에 요청한 제출서류는 회사마다 캐비넛 2개씩을 넘칠 정도로 방대한 것이었다.
국내기업들이 국세청의 세무사찰보다 더 심하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철저히 원가를 추적 조사하는 것이다.
미대통령 직속기관인 ITC의 주요기능은 수입급증으로 인한 미국내산업피해를 조사하는데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기 짝이 없다.
가령 로스앤젤레스 소재 컬러TV업자들이 한국상품의 덤핑으로 피해를 본다면 이들 총생산량이 미국 전체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더라도 「국내산업 전체에 피해를 주고있다」고 간주해 버리는 식이다.
어떤 제품을 수출하는 업자가 미국내에서 덤핑제소 움직임을 알고 대미수출가격을 한국시장과 같은 수준으로 비싸게 조정했다 하더라도 미상무성은 어김 없이 상당폭의 덤핑마진을 산출해 낸다. 미측은 일정기간 한국내 판매가격의 가중평균치를 들이대면서 덤핑을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70년대에 연평균 2∼3건에 불과했던 대한신규 규제건수가 82년에는 5건, 84년 선거를 앞둔 금년은 2월말 현재 16건(조사중인 품목포함)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수입규제형태는 보통 자주쓰이는 반덤핑관세부과와 물량규제(퀴터) 외에 상계관세·수입품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국가안보에의 위협요인제거등 다양화되고 있으며 같은 품목에 대해 여러형태의 규제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산 섬유류에 대해 반덤핑여부를 조사했다가 물량규제를 한다든가 하는 방법이다.
한국정부가 수출을 촉진하기위해 특별히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상계관세를 물리고 있는 품목은 철강류(강관·열연강판·중후판·아연도강판)가 있으며 관세를 올려 수입이 규제되고 있는 한국상품에는 법랑제주방용품 및 양송이 통조림이 있다. 이밖에 한미 두나라간 협의에 의해 물량규제를 하고 있는 섬유류와 총량쿼터에 묶인 특수강등 7개가 있다.
또 수입규제를 위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품목가운데는 금속제양식기·공작기계류가 있는데 미국은 한국메이커들이 담합해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공정거래행위로 이들 품목을 조사하고 있다.
GSP(일반특혜관세) 혜택을 축소하는 것도 또다른 형태의 수입규제다. 미국은 GSP의 연장을 놓고 한국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장개방요구등 협상카드로 계속 이용하고 있다.
작년8월에 열린 미상하양원의 GSP연장법안(한국등 개발도상국의 수출증대를 위해 85년1월부터 5년동안 새로이 낮은 관세를 연장 적용하는 안)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한국등을 개도국개념에서 「졸업」시키라고 요구하고 피혁제품등 다수품목에 대해 더이상 혜택을 주지말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총GSP품목 3천14개중 우리나라 수혜품목은 1천83개에 82년 원혜수출액은 10억8천9백만달러(비공식집계)에 이르고 있다. 미행정부나 의회의 움직임으로 보아 내년에 GSP수혜가 자동정지되는 품목의 총액은 전체 수혜총액의 3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미상원재무위의 국제무역소위원회에서는 한국이 미국산 담배수입을 금지하고 있음을 들어 GSP혜택을 더욱 줄이라고 다그쳤다.
미국은 차관을 제공하면서도 대한수입을 규제하는 압력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지난1월 미상무성은 미수출입은행의 대외차관제공계획에 개입, 한국의 포철이 요청한 미제제철장비구입에 필요한 1억달러의 재정지원을 취소토록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당장 물건을 팔아야 하는 미업자측의 요구로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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