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론가' 대 '현장 운동가'… 이목희 - 단병호 의원 비정규직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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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노동부 장관(왼쪽)이 2일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를 찾아 조속한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연말 국회가 비정규직 법안 문제로 시끄럽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두 의원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창'이라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방패'다.

핵심 쟁점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기간과 이후 고용 보장 문제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다르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안도 다르다. 이 의원은 "2년 고용기간을 넘기면 정규직 채용으로 보자"는 입장이다. 단 의원은 "그러면 사용자가 2년마다 기간제 근로자를 갈아치울 것"이라며 "사전에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양쪽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기세다.

같은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이들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온 이 의원은 1980년대의 유명한 노동 이론.조직가다. 그러나 직접 손에 기름때를 묻힌 현장 경력은 별로 없다. 그는 "81년 제3자 개입금지 위반으로 구속됐다 나와 보니 취직되는 곳이 없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경력은 대부분 '지하운동'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 포항 동지상고를 중퇴한 단 의원은 철저한 현장 출신이다. 농사를 짓다 '삶의 대책 마련이 안 돼' 30대 중반에 상경한 그는 건설 자재 공장에 취업했다. 3년 만에 노조위원장이 됐고, 99년에는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됐다.

사고 방식도 다르다. 이 의원은 협상가다. 그는 "장난감 자동차를 사달라"는 다섯 살짜리 아들과 시장 바닥에서 세 시간 동안 '토론'을 벌인 일이 있다. "이번만 사주면 다시는 사달라지 않는다"는 아들의 약속을 받고서야 지갑을 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다. 단 의원은 원칙주의자 쪽이다. "남자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 전 뽀뽀 한번 안 해봤다"고 한다. 서른여덟 살에 시작한 '늦깎이 운동가'임에도 여섯 번이나 구속되고, 5년2개월간 옥살이를 한 것도 이런 '원칙론'과 닿아 있다.

두 사람은 요즘 서로를 비난하는 일이 잦다. 1일에도 "요즘 운동과 정치가 왜 이렇게 비겁하냐"(이목희), "이 의원이 문제를 호도한다"(단병호)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무대 뒤에선 서로를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단 의원은 2일 "이 의원의 진정성까지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이 의원도 "단 의원의 처지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김선하 기자 <odinelec@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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