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우와 ~ 공룡이 불쑥 책이 살아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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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넥서스주니어)가 지난해 10월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탄성을 내지른 건 아이들보다 어른이 먼저였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숲이 쑥 올라오고 카드 104장이 날아다니는 등 살아 움직이는 팝업의 마술에 빠져드는 데는 비싼 책값(3만8000원)도 문제가 안 됐다. 3개월 만에 초판 5000부가 매진, 현재 절판된 상태다. 그 여세를 몰아 올 9월과 11월엔 그의 또 다른 팝업북 '오즈의 마법사' '공룡의 비밀'이 번역돼 나왔다.'팝업의 마술사'라 불리는 사부다를 e-메일로 만나봤다.

-팝업북의 매력을 꼽아보면.

"평면에 누워있던 종이를 3차원으로 활용하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훨씬 커진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토네이도가 돌아간 것 같이 종이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환상적인 장면이 만들어진다. 신작 '공룡의 비밀'에선 책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공룡도 따라 움직이게 돼 있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더욱 생생하다. 팝업북에는 전기나 나사.스프링 같은 장치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종이는 오직 물리적인 법칙만을 따른다. 정교한 설계를 통해 기대한 대로 움직이는 팝업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제작자로서 느끼는 기쁨이다."

-제작과정을 설명해달라.

"책 한 권 디자인하는 데만 1년 정도 걸린다. 처음 스케치하는 단계부터 3차원으로 구상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종이를 잘라 만들어본다. 머리로 구상을 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기 전까지는 팝업이 제대로 작동할는지 장담할 수 없다. 뉴욕에 있는 작업실에서 팝업을 만들고 고치고 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디자인을 완성하면 중국.에콰도르.태국 등에 있는 공장에서 책을 만든다. 그곳의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조립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한다. 한 사람이 한 권 조립하는 데 평균 30분 정도 걸리고, 풀을 말리고 닦아내는데 1~2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떻게 팝업북 아티스트가 됐나.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를 다닐 때, 한 어린이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그림 창작법을 배우면서 그림책 작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2차원 수준의 플랩북을 만들었지만, 매번 다른 종류의 종이와 다른 기술을 응용해봤다. 그러면서 점점 종이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에 흠뻑 빠져들게 됐고, 3차원의 팝업을 시도하게 됐다. 팝업을 만드는 법은 독학으로 익혔다."

-계획이 있다면.

"'인류의 역사'를 주제로 한 팝업북 시리즈를 출간하고 싶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팝업북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일단 종이접기부터 시작해보라. 본격적인 팝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내 홈페이지(www.robertsabuda.com)가 도움이 될 것이다. 무료로 도안을 다운받을 수 있는 코너도 있고, 그 도안으로 팝업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돼 있다. 사실 종이접기는 아시아에서 시작됐다. 아시아의 피를 타고난 한국의 어린이들은 더욱 멋진 팝업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로버트 사부다는=1965년 미국 미시건주 핑크니에서 태어났다. 목수인 아버지에게서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재미를 배웠다. 94년 자신의 최초의 팝업북인 '크리스마스 알파벳'을 출간했으며, '12일간의 크리스마스'(96년) '오즈의 마법사'(2000년) 등을 내놨다. 2003년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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