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교의 시설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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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대에 들어와 고도산업사회를 지향한 과학기술의 개발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지상과제임은 물론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수출입국을 국가경제 시책으로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수출상품의 질과 종류를 놓고 선진제국과 경쟁을 벌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의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상품의 질은 바로산업기술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반도체·유전공학등 첨단과학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첨단과학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하여 선진국과 상품대결을 벌여야하는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
이러한 싯점에서 정부가 수원·대전·광주·진주에 있는 일부 과학고교를 과학영재 교육기관으로 개편해 과학기술의 첨병 인재들을 육성토록 과학영재 교육방안을 확정,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처다.
과학교육을 중요국책으로하여 이분야의 인재를 교육·훈련시키기 위한 특수교육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지돼온 사실이다.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 기초교육과정에서의 과학교육을 일률적으로 강화하는 문제는 과학기술의 향상이라는 목표와 명분에는 부합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학생들 각자의 소질과 성향을 그 쪽으로 유도하여 전공의지를 자극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충실한 교육과 인재의 훈련이라는 측면에서는 노력에 비해 결과를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다.
오히려 어느 기간안에 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을 조기진단하여 앞으로의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앞서야 할 것이다. 모자라는 교사와 실습기자재라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모든 학생을 상대로 (그중에는 과학분야에 전혀 관심과 소질이 결여된 사람을 포함하여) 밀도있는 과학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과학영재를 전문적으로 육성할 특수교육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특수교육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이 교육목적에 알맞은 우수한 두뇌들이 집결돼야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면에서 많은 특혜와 특전이 부여돼야 할것이며 장래에 대한 뚜렷한 전망과 보장이 약속되는 정책적 배려가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는 새로 개편되는 과학영재교육기관이 선택된 인재들을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동량으로 기르기 위해서는 그 교과내용이나 이를 뒷받침할 실험실습 기자재들이 집중적으로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교육이 그 중요성은 강조되면서도 실상은 허물좋은 구두선에 머무르고 만 것은 바로 이 실험실습 기재의 전무 또는 불비상태 때문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딱딱하고 재미 없는 과학과목을 실험실습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칠판위에서 이론으로만 가르치니 학생들의 관심이나 흥미를 유도하기 어려우며 자연히 암기식 억지수업에 그치고 만다. 과밀학급에 겹친 실습시설의 부족이 우리과학교육 부진의 근본원인임은 명심할 일이다.
의욕 있고 실력 있는 학생과 교수진의 확보와 질적으로 우수한 실습기자재의 충분한 활용으로 우리나라 과학영재 교육의 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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