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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내 고향 정읍 고을에 바람이 분다.
장돌뱅이 지어미가 망부석 오른 밤에 구름 헤쳐 달 밝혀서 멀리멀리 비춘 바람, 시름 잊은 늙은이가 거니는 봄동산에 꽃내음 머금어다 도포 자락 날린 바람, 미물같이 엎드려서 죽으라면 죽어 살던 순하디 순한 백성 다독여 잠재운 바람.
죽다 죽다 못 다 죽어 더 죽을것 없는날에, 일어나라 사발통문 고을고을 바람 모아 회오리로 뭉친 날에, 손에손에 가래 쇠스랑 죽회 별러 치켜들고 제포구민 나선 날에, 황토재 언덕 높이 동도대장군 흰깃발 펄럭이고 여시매 마루에서 대의를 외친 날에, 귀신 우는 만석보 일격에 무너지고 버러지나 잡아먹던 독버러지 철커덩 간떨어지고 넘어져 고꾸라져 전방지축 줄행랑치고 백성이 하늘인 것을 비로소 깨우친 날에, 잃을 것 다 잃었어도 내 잃은 것 없노라고 껄껄웃고 간 녹두장군 큰 바람.
그 바람, 서리친 날에
내장에서 불도다.
【주】정읍삼절: 내장산단풍, 백제 정읍사, 전봉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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