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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둥이 출판사 '을유문화사' 환갑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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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일 열린 을유문화사 60주년 기념식에서 정진숙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안성식 기자]

"1945년 을유년 광복을 기리며, 출판은 곧 건국 사업이라는 포부로 첫 발을 내디딘 을유문화사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을유문화사 출판 60년 도서전이 그동안 을유를 지성의 벗으로 삼아온 소중한 분들에게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1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 다목적홀. 500여 출판인 앞에서 답사를 하는 '출판계 최고령 현역' 정진숙(93) 을유문화사 회장은 이날 따라 유난히 목소리가 우렁찼다. 창업자가 경영 60년을 맞는 경우가 드문 데다, 특히 해방 이후 출판문화를 이끌어온 출판사의 갑년(甲年)을 기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인 민음사.범우사.문예출판사.지식산업사.열화당.동서문화사.한길사.웅진닷컴.창조사.현대문학.일조각 등 11개 회사의 공동주관 방식으로 열렸다. 이 때문에 특정 출판사의 창립 60년을 넘어 출판계의 잔치, 지식산업의 자축 성격이 짙었다.

게다가 정 회장은 요즘 후배 출판인에게 '을유 21세기'를 낙관하는 의견을 자주 피력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출판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손자 정상준(37) 상무가 일을 거들면서 '새로운 을유'를 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을유문화사 출판 60년 도서전'(18일까지)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도 열렸다.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가 사회를 맡은 기념행사는 을유문화사 정낙영 사장의 인사말, 중앙일보 이어령 고문의 축사, 안숙선 명창의 축가 등 1시간 내내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어령 고문은 "지난 60년의 무게를 담보로 앞으로의 활기찬 새로운 을유 60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전은 지난 을유의 발자취를 '출판문화의 횃불을 들다'(1945~50년),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다'(50~56년), '학술서 출판으로 성가를 높이다'(56~72년), '대형전집물로 새 바람을 일으키다'(73~77년), '전집물에서 단행본 시대로'(78~88년), '새로운 세계로 지평을 넓히다'(89~2005년) 등 6개 테마와 시대로 꾸며졌다.

46년 2월 을유문화사가 처음 펴낸 '가정글씨체첩'에 이어 60~70년대 빚어낸 '세계교양사상전집' '한국학백과사전' '세계문학전집' 등이 전시됐다. 개별 출판사의 저작목록인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문화 밑천임을 보여준다.

을유문화사는 해방되던 해 30대 초반 청년 넷이 "을유년 감격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출판사 이름을 짓고 출범했다. 민병도(전 한국은행 총재), 윤석중(아동문학가), 조풍연(언론인), 정진숙 회장이 동인 형태로 서울 종로 2가 영보빌딩에서 사무실을 열었다. 지금까지 정 회장의 손을 거쳐 나온 책은 모두 5000여 권. 한국어.한국문화 발전사의 증인들이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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