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박은선 "오랜만에 죽이 잘 맞는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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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죽이 잘 맞는 경기였다."

'박라탄' 박은선(29·로시얀카)이 오랜 부진을 털고 일어났다.

여자축구 대표팀 공격수 박은선은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 선발로 출전해 80분간 뛰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긴 시간을 뛰면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한국은 지난 5일 러시아와 1차 평가전(1-0승)에 이어 2-0으로 이겼다. 6월 캐나다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평가전에서 2승을 따내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

박은선은 여자축구 대표팀의 대체불가 선수다. 그는 1m82㎝·74㎏의 건장한 체구와 압도적 신체 능력을 지녔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맹)처럼 큰 체격을 바탕으로 힘으로 상대 선수를 제압한다. 또 지난해 아시안컵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골 결정력도 좋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러시아 로시얀카로 이적한 후 대표팀에서 하향세였다. 로시얀카 계약 당시 대표팀 차출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불참했다. 당시 대표팀은 박은선의 공백으로 공격에서 고전했고 준결승전에서 북한에 아쉽게 져 동메달을 땄다. 지난 3월 키프러스컵에는 참가했지만 겨우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탓인지 부상으로 벤치에 앉아있었다. 월드컵 모의고사였던 이 대회에서 한국은 3패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 러시아와 평가전에 차출된 박은선은 여전히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입었다. 월드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박은선의 컨디션이 계속 올라오지 않는다면 박은선 대체자를 찾아야 했다. 이에 윤덕여 감독은 1차전은 박은선을 투입하지 않았지만 2차전에는 선발로 넣는 모험을 했다.

박은선은 이날 초반 몸이 무거워보였다. 투톱으로 나온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의 공격 연계도 잘 되지 않았다. 지소연이 계속 고립돼 있는 박은선을 향해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했고 점점 박은선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전반 30분 지소연이 수비 두 명을 제치고 박은선에게 패스해 슈팅으로 연결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박은선이 슈팅을 바로 시도하지 못해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후에도 둘의 공격 연계는 보였다.

박은선은 "꽤 재미있는 경기였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죽이 잘 맞는 경기여서 신났다. (지)소연이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말을 많이 해줘서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월드컵 전까지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스페인·브라질·코스타리카 선수들이 우리보다 체격이 좋아서 걱정인데, 전 선수들이 체격이 월등히 나은 것은 아니다. 우리도 준비를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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