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사람에 데인(?)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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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JTBC ‘마녀사냥’ 등 연애 상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상대와 헤어져야 하는지 등을 물으면 출연자들이 해당 사연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바람둥이한테 데였던 경험이 있어 주위 여자들에게 모두 친절한 남자를 믿지 못하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 문제로 데인 적이 있는데, 지금 만나는 사람도 나를 이용하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 “사귀는 사람의 여동생에게 데여 본 적이 있어 여동생과 지나치게 사이가 좋은 사람과 만나기 망설여진다”는 등 재미있고 공감 가는 사연이 소개된다.

 이처럼 몹시 놀라거나 심한 괴로움을 겪어 진저리가 나는 상황을 나타낼 때 ‘데이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데다’를 써야 바르다. ‘데이다’는 피동사를 만들 이유가 없는 말에 쓸데없이 접사 ‘-이-’를 붙여 쓰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와 같이 불필요하게 접사 ‘-이-’를 넣어 잘못 사용하는 말이 적잖다. ‘(가슴이) 설레다’를 ‘설레이다’, ‘(목이) 메다’를 ‘메이다’, ‘(바람이 살을) 에다’를 ‘에이다’로 쓰는 것 등이 이런 경우다.

 ‘데다’가 아닌 ‘데이다’가 기본형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데이고, 데이니, 데여서, 데인’ 등으로 쓰는데, 이 역시 ‘데고, 데니, 데어서, 덴’ 등처럼 사용해야 한다.

 특히 과거형으로 쓸 때 ‘데였다’가 아니라 ‘데었다’가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데+이+었다’는 ‘(데이었다→)데였다’가 되지만 ‘데+었다’는 ‘데었다’가 되므로 ‘데였다’가 아닌 ‘데었다’로 써야 한다.

 ‘불이나 뜨거운 기운으로 말미암아 살이 상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도 “전기밥솥에서 올라온 뜨거운 김에 팔목이 데였다” “끓는 물에 손이 데여 화끈거렸다”와 같이 ‘데이다’를 쓰곤 한다. 이 역시 “팔목을 데었다” “손이 데어”로 바꿔 써야 바르다. 간혹 “불에 딘 상처” 등에서처럼 ‘디다’를 쓰기도 하지만, ‘디다’는 ‘데다’의 방언이므로 “불에 덴 상처”로 고쳐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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