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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포인트, 50대는 안정성·20대는 성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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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20대와 50대들이 창업으로 인생의 돌파구를 뚫고 있다. 큰 돈을 들이지 않는 창업 아이템을 들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20대 대졸자들이 있는가 하면 직장생활을 접은 50대들은 '자기 사업'이란 카드를 꺼내들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이들의 가세로 창업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불투명한 취업 전선에 시간과 열정을 들이는 것보다 창업컨설팅 업체를 더 찾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전문가들은 20대와 50대는 창업의 목적이 각각 다른 만큼 창업의 전략이나 형태도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FC창업 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50대는 노후 설계를 위해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중점을 둬야 하고, 20대는 자신의 미래와 성장성을 따져보고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명퇴 후 여성전용 맥주바 연 50代 방종모씨

*** 돈버는 재미+활력 '신나는 황혼'

서울 화곡동에서 여성 전용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는 방종모(50)씨는 자기 사업을 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왜 진작 창업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25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초 명예퇴직했다. 1년간 사업 구상을 다듬고 지난 3월 가게를 열었다.

최근 수년간 퇴직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는 방씨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창업컨설팅 업체의 조언을 받고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사업아이템을 골랐다.

여성 전용 맥주전문점은 여성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아늑하게 꾸미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메뉴를 갖춘 맥주 전문점이다. 기존의 맥주 전문점과는 달리 안주부터 차별화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 고객을 위해 유기농 야채, 콩으로 만든 소시지, 곤약 등 저칼로리 안주를 마련했다.

혼자서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도록 3백cc 맥주와 가벼운 안주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도 개발했다. 또 맥주를 들고 나가 마실 수 있도록 특수컵을 만들었다. 단골을 모으기 위해 실내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사랑 고백.깜짝 퀴즈.게임 등의 이벤트도 벌인다.

방씨의 창업자금은 2억5천만원. 퇴직금을 모두 털어넣고 주변의 도움도 받았다. 창업 3개월째인 여성 맥주 전문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2백만원 수준이다.

방씨는 "직장생활 때 못 느꼈던 활력을 찾았다"며 "돈을 버는 재미도 있지만 신세대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마음과 생각이 젊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031-978-6900.

베이비시터 파견업체 20代 사장 최정원씨

*** 취업난 덕에 얻은 평생 직장

서울 광진구에서 베이비시터 파견업을 하고 있는 최정원(28.여)씨는 운 나쁜 세대로 일컬어 진다. 1997년에 터진 외환위기 직후에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이다.그는 취업을 위해 3년간 1백여곳의 회사에 원서를 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이 사업에 뛰어든 최씨는 현재 매달 3백만원 이상을 버는 자영업자가 됐다. 그는 "직장인처럼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사업 아이템이어서 더 좋다"며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1천5백만원을 들여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 파견업은 12세 이하의 아이들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돌 봐주는 방문탁아 서비스업이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면서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창업 업종의 하나다.

전화로 부모와 시터를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별도의 사무실이 필요없다. 시터들은 보통 3시간 가량 아동을 돌봐주는 데 1만5천원을 받고, 이를 초과하면 시간당 5천원씩 추가 요금을 받는다. 이중 10%를 최씨가 수수료로 받는다. 최씨가 관리하는 시터들은 40여명이며 이들의 월평균 순익은 70만 ~80만원이다.

최씨가 말하는 성공 포인트는 우수한 시터의 확보와 철저한 고객관리다. 시터 채용때 상담을 거쳐 적합한 사람인지 따진다. 최근 아이들의 학습까지 도와주는 시터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대졸자나 대학 재학생을 주로 확보하고 있다. 아동의 습성에 대해 부모와 의견을 나누고, 시터의 서비스 만족도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고객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현재 단골 고객만 2백명이 넘는다.

최씨는 "취업난 때문에 창업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오히려 잘 된 선택이었다"며 "결혼 후에도 사업을 계속 할 수 있어 이제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02-458-3336.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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