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살한 테러조직 "도시들이 피로 물들 것"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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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공격으로 희생당한 가리사 대학생들의 유가족들이 4일(현지시간) 병원에서 군인들을 지켜보고 있다.[AP=뉴시스]

소말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케냐 가리사 대학을 공격, 148명을 살해한 지 이틀 만에 추가 공격을 경고했다. 이에 맞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가혹한’ 응징을 선언했다.

알샤바브는 4일(현지시간) 케냐 국민을 향한 이메일 성명에서 “너희(케냐) 정부가 억압을 멈추고 모든 무슬림의 땅이 케냐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날까지 숨진 무슬림 형제들의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케냐의 도시들이 피로 붉게 물들 것”이라고 밝혔다. 알샤바브 무장대원들은 지난 2일 케냐 북동부의 가리사 대학에 난입해 폭발물을 터뜨리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학생 142명 등 148명을 살해했다. 당시 무장대원 4명도 정부군에 사살됐으며 관련 용의자 5명은 3일 체포됐다.

성명이 발표된 이후 케냐타 대통령은 TV 대국민 연설에서 “(알샤바브에)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며 “테러리즘이 종식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이 잔당들을 쫓고 있으며 모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케냐 정부는 알샤바브 지휘관인 케냐인 모하메드 모하무드가 테러의 배후에 있다고 보고 21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알샤바브가 자신들의 테러 대상을 정확히 알고 행동한 것으로 분석한다. 소말리아 정책 연구소의 압디라시 하쉬 국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알샤바브는 대규모 인명 살상을 통해 케냐 사회와 경제의 심장부를 타격할 의도가 있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들은 관리들의 부패와 치안 실패로 위험에 노출된 케냐의 민간인 시설을 공격했다”며 “알샤바브의 전략은 케냐의 관광업을 황폐화시키고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하여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셰이크 알리 모하무드 라게 알샤바브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케냐군의 소말리아 남부지역 주둔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 중 유독 케냐가 알샤바브의 주요 공격 대상이다. 케냐는 지난 2013년 9월에도 수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난입한 알샤바브의 공격에 67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 중 에티오피아는 치안 체계가 잘 잡혀 있고, 우간다와 부룬디는 소말리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케냐가 손쉬운 공격 대상이라는 얘기다.

한편 케냐 경찰은 이날 부패한 나체의 테러범 시신 4구를 실은 픽업트럭을 500m 가량 서행시키며 군중에게 범인들의 신원 확인을 요청, 테러를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인권침해 논란을 낳았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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