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 구조만 보면 '선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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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교육과 의료.여행.오락문화 등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가계의 소비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 구조가 선진국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 이 같은 서비스산업의 기반이 취약해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가 국내 소비는 둔화하고 외화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 지출에서 서비스 부문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52%에서 2000년 53.4%, 2002년 55.8%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엔 58.1%에 달했다.

반면 승용차와 가구, 고가의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 비중은 95년 9.3%에서 지난해 6.4%로 떨어졌다. 또 의류와 신발, 저가의 가전제품 등 준내구재 소비 비중도 같은 기간 9.6%에서 6.3%로 낮아졌다.

가계 소비지출 중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 선진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의 서비스 지출 비중(55.8%)은 캐나다(51%)와 네덜란드(48.6%)보다 높고, 일본(56.4%).미국(59.4%)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가계 서비스 지출 중 교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9.7%에서 2004년 10.4%로 높아졌으며 의료비 지출 비중도 5.2%에서 6.2%로 커졌다. 오락문화 소비 비중도 5.8%에서 6.6%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들 분야 지출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여행 경비로 약 11조원(95억 달러), 해외유학.연수 비용으로 약 3조원(25억 달러) 등 이들 두 부문에서만 약 14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또 유학생 수가 2000년 12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16만 명을 넘으면서 가계 소비지출 중 해외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4%에서 10.9%로 높아져 사상 처음 10%대에 진입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소비욕구를 해외에서 찾는 소비계층이 늘어나 내수 침체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0년대까지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국내 가계소비 증가율이 2003년(-1.3%)과 2004년(-0.5%)에 계속 마이너스로 떨어진 원인 중 하나가 해외 소비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중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년 61.8%에서 지난해 50.4%로 떨어졌다.

한은은 고도화하는 소비 욕구에 맞춰 국내 서비스산업 기반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가계 소비구조의 변화에 대비해 교육 및 의료, 레저.관광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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