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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정재의 시시각각

1% 금리 시대의 재택구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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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정재
논설위원

여러분 안녕들 하신가. 내 이름은 재택구. 눈 밝은 독자 중엔 기억하는 이도 있을 거야. 맞아. 외환위기 직후, 재테크 열풍이 불 때지. 대박증권사 최고의 팜(PAM:Personal Asset Manager=개인재산운용가)으로, 인기 상한가였어. 요샛말로는 PB(프라이빗뱅커)라고 부르더군. 지금은 흔하디 흔한 게 PB지만 그때만 해도 귀하신 몸이었어. 여기저기서 모셔 가려고 난리였지. 이런, 자기 자랑하는 팔불출은 아닌데. 세월이 근 20년 지나다 보니 푼수가 다 됐네. 아, 그런데 왜 나왔냐고? 철 다 지난 퇴물이 무슨 얘기를 할 게 있냐고?

 핑계 같이 들리겠지만 시대가 나를 불렀어. 정치인들 용어론 ‘시대의 요청’이랄까. 요즘 복고 시대잖아. 옛날 회상하면서 사는 게 미덕인 시대. 고령화의 축복이지. 하기야 한편 서글프기도 해. 인간이란 게 미래가 밝고 현재에 만족할 땐 과거를 안 돌아봐. 대개 현재가 초라할수록, 미래가 불안할수록 ‘아, 옛날이여’를 외치지.

 어디 복고뿐인가. 바야흐로 1% 금리 시대야. 나를 세상에 다시 불러내지 않고는 노후고 중산층 복원이고 다 물 건너갈 판이야. 분배·복지, 다 좋지만 그것만으론 안 되지. 나라가 어떻게 다 해주나. 성장의 힘은 자꾸 떨어지고 노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데다 세금은 덜 걷히는데 말이야.

재테크, 1% 금리 시대엔 그게 유일한 동아줄이야. 노후를 보장하고 중산층이 두꺼워지게 해주지.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 퇴직 후 30~40년을 즐길 취미와 일거리를 가지는 것, 다 좋아. 그것도 100세 시대의 필수품이지. 하지만 그게 쉬워? 마음대로 돼? 노력만으로 가능해? 하지만 재테크는 달라. (공부만 하면) 쉽고, (공포·욕심 조절만 되면) 마음대로 되며, (품을 팔아) 노력하면 가능해.

 요즘 뜬 안심전환대출. 거기 왜 사람이 그렇게 몰렸을까. 누구 말대로 가계부채가 걱정돼서? 워낙 금리 조건이 좋아서? 일부 맞겠지만 정답은 아냐. 1% 금리 시대라 그래. 예컨대 10% 금리 시대라고 해봐. 1%포인트 이자 깎아줘 봐야 연 9%야. 사람들 안 갈아타. 귀찮아서 은행 안 가. 대충 굴려도 연 5%, 10% 수익 나는데 그까짓 1%에 목을 매? 그런데 1% 금리 시대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2%짜리 대출 이자를 1%포인트 깎아주면 50% 세일이야. 10% 세일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 이땐 무조건 사는 게 남는 거야. 그걸 대출자들이 본능적으로 알아챈 거지. 1% 금리 시대엔 뭘 해야 하는지. 그래서 따져보고 욕심 버리고 품을 팔아 1%포인트에 우르르 달려든 거야.

 1% 시대일수록 잘 굴려야 살아남아. 그런데 재테크의 왕은 뭐니 뭐니 해도 주식이야. 주식 투자만이 월급쟁이를, 장삼이사를 부자 만들어 줄 수 있어. 내 말이 아냐. 월가의 전설적 투자가들이 다 이런 얘기했어.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한국에 와서 ‘주식 전도사’가 됐어. “늙어서 거지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주식에 투자하라” 이게 그의 지론이야.

대박 노리다 쪽박 차란 얘기가 아냐. 매일 커피 한 잔, 맥주 한 잔 마시듯, 그 돈으로 커피회사, 맥주회사 주식을 사라는 거야. 그렇게 10년, 20년 지나면 틀림없이 부자 되고 노후가 안락해진다는 거지. 하지만 그게 그리 쉽나. 막상 실천엔 힘이 들어.

 일단 오늘은 팁 하나만 줄게. 나도 20여 년 헤매고 깨달은 팁이야.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 방법. 다 알지?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주식도 그래. ‘싼 주식을 고른다. 산다. 오르면 판다’. 사실 누구나 아는 얘기지.

뭐가 더 필요해? 말장난이라고? 싼 주식을 어떻게 고르냐고? 존 리 사장 얘기에 답이 다 들어 있어. 커피 마시는 사람이 늘면 커피회사 주식을, 맥주가 잘 팔리면 맥주회사 주식을 사라는 거지. 그렇게 10년, 20년 꾸준히 세월을 사고 시장을 사라는 거야. 시장과 세월, 변하지 않는 재테크 제일법칙이야. 오늘은 맞보기로 여기까지. 잘 있어. 잊을 만하면 또 나타날게.

이정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