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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승 … IBK기업은행, 여자배구 챔프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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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IBK기업은행이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챔프전 3연승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사진 KOVO]

“매일 경기했으면 좋겠어요.”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훈련이 워낙 힘들어 차라리 경기를 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혹독한 훈련으로 강해진 기업은행은 31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도로공사를 3-0으로 누르고 여자부 최초 챔프전 3연승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배구판 김성근’ 이정철(55) 감독의 독한 지도력이 만든 결과였다. 이 감독은 ‘훈련만이 팀을 강하게 만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매일 선수들을 들들 볶고, 휴식시간도 좀처럼 주지 않는다. 기업은행 선수들은 “다른 팀처럼 이틀 짜리 외박을 나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감독이 작전지시를 할 땐 선수들 사정을 봐주지 않고 직설적으로 한다. 배구 팬들은 이 감독에게 ‘가가멜’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오는 심술궂은 악당 말이다.

 이 감독은 “(악평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 딸이 선수들 또래여서 ‘아빠, 좀 부드럽게 말해’라고 하지만 팀이 잘 되려면 이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성근(73) 감독이나 성균관대 6년 선배인 신치용(60) 삼성화재 감독처럼 지독하고 뚝심이 있다.

 선수들이 흘린 땀은 결실을 맺었다. 대형 유망주였던 김희진(24)과 박정아(22)는 이 감독의 지도로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기업은행은 창단 2년째인 2012~13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GS칼텍스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빼앗기긴 했지만 정규리그 1위로 2년 연속 챔프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팀을 이끌어 온 세터 이효희(35)가 도로공사로 떠난 것이다.

 이 감독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뛰고 있던 전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34)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베테랑 김사니를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시켰다. 김사니는 “배구 인생 24년 동안 이렇게 훈련해 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김사니가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면 체력 안배를 위해 잠시 휴식을 주기도 했다. 김사니는 기자단 투표 28표 중 12표를 얻어 세터 최초로 챔프전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28·미국) 영입도 성공적이었다. 데스티니는 2009~10시즌 중반 GS칼텍스에 합류해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올렸다. 그러나 돌발 행동을 자주 한 탓에 한국 팀에서 계속 뛰지 못했다. 이 감독은 데스티니를 영입하면서 딸과 함께 지내도록 하고 수시로 선물을 챙겨줬다. 따뜻하게 감싸다가도 데스티니가 발목 부상을 핑계로 태업을 하려 하자 강하게 다그쳤다. 이 감독은 데스티니에게 “통역을 통하지 말고 직접 내게 말하라. 네 에이전트와 내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계약 문제는 구단과 이야기하라”고 다그쳤다. 정신을 번쩍 차린 데스티니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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