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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찬물 뿌리던 중국, 군불 때기로 급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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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에서 부동산은 양날의 칼이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자니 경기 과열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가라앉히면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주택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3% 가량을 차지한다. 철강과 시멘트 등 기초 자재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운송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막대하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중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섬세하게 다룬다. 어떨 때는 기름을 붓고, 어떤 시기에는 찬 물을 끼얹는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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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부동산 시장에 땔감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재정부는 지난달 30일 부동산 세제 감면과 주택 구입 시 초기 납입금 비율을 낮추는 내용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주택을 팔 때 양도소득세 면제를 위한 주택 보유 기간이 기존의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완화됐다. 주택을 살 때 내야 하는 초기 계약금 비율도 하향 조정했다. 두 번째 주택 구입자의 경우 기존의 60%에서 40%로 낮아졌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의 경우 초기 계약금 비율은 70%에 달했다. 모기지대출(주택공적자금 대출)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초기 계약금 비율도 30%에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기조는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식히는 방향이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풍부한 유동성이 중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과열로 난개발과 지방 정부 재정 악화, 가계 부채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2011년부터 강력한 억제 정책을 시행한 까닭이다. 그 결과 지난해 2분기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추세에 맞춰 중국은 올 들어 ‘바오치(保七)’ 시대를 천명하며 경제성장률 7%의 ‘중고속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7.4%)이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중국 수뇌부는 과거와 같은 초고속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성장 쪽으로 거함의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경제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1~2월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7% 하락했다. 2월 중국 70개 도시 신규주택 평균가격도 전년 동기대비 5.1% 떨어졌다. 2013년 19.8%였던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10.5%)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는 6%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타오동(陶冬) 크레디트스위스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집값 하락과 함께 거래량이 줄고 있다”며 “주택시장 거품 파열을 보여주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 2월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부동산 대출 금리도 낮아졌지만 부동산 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는 두 번째 엔진 점화다. 리서치업체인 GK드래고노믹스 애널리스트 로살리아 야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부양책은 중국 지도부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부양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두진송(杜勁松)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주택 가격 하락세가 완만해지는 효과 정도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추가로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샘 르 콜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부동산 침체 등으로 빚어질 수 있는 예금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5월 1일부터 예금보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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