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펀드 손실, B펀드 이익이면 합쳐서 수익 날 때만 과세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내 펀드 세금은 ‘난수표’나 다름없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펀드에 따라, 어디서 생긴 소득이냐에 따라 과세기준과 세율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 때 생기는 소득은 크게 이자·배당·자본이득(매매차익) 세 가지다. 국내에선 이자·배당소득은 과세한다. 이와 달리 매매차익은 복잡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상장주식에 투자해 생긴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이라도 비상장주식에 투자해 올린 소득이나 해외펀드가 올린 매매차익은 상장주식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과세 대상이다. 국내 펀드 세제가 해외펀드에 유독 불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게다가 펀드는 매년 결산해 한 해라도 이익이 났으면 환매 여부와 상관없이 세금을 물린다. 환매했을 때 원금을 까먹었는데도 세금을 떼간 걸 보고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게다가 국내에선 투자자 기준이 아니라 펀드별로 과세한다. 펀드를 두 개 가입한 투자자가 A펀드에선 1000만원 벌고 B펀드에선 1000만원 손해를 봤다고 하자. 국내에선 손해 본 B펀드엔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A펀드엔 과세한다. 이와 달리 미국은 투자자를 기준으로 세금을 물린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배당소득만 1년에 한 번 과세하고 손실이 날 수 있는 자본차익은 결산시기를 미루거나 다른 금융상품의 손익과 합쳐 수익 난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떼간다”고 말했다. A펀드와 B펀드 손익을 합쳐 수익이 났을 때만 과세한다는 얘기다. 간접 투자인 펀드에 직접 투자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도 초저금리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주식 직접 투자 땐 분리과세를 해주면서 해외펀드 투자 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한 건 불합리하다.

 잦은 환매를 줄이기 위해 펀드 장기투자에도 세금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펀드는 장기투자 상품인데 국내에선 펀드 갈아타기가 성행하고 있다”며 “10년 이상 저축성 보험과 마찬가지로 펀드 장기투자에도 비과세 혜택을 주거나 배당소득세를 낮춰줘 펀드 갈아타기 유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 홍범교 연구위원은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복잡한 펀드 세제를 단순하고 일관성 있게 바꿔야 한다” 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