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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김무성인데" 사칭 전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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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저하고 목소리가 거의 비슷한 사람이 여성들에게 전화해 그럴듯하게 돈을 요구해 송금한 분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25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김무성 대표가 회의 말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씀드린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을 말로만 들었는데 저로 인해 지금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아마 저한테 확인 안 하신 분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 속아넘어가지 마시기를 부탁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집권당 대표가 당 공식 회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낸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보이스피싱 주의보’를 내린 것이다. 김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목소리가 비슷하기에 속는 것이냐” “왜 하필 여성을 타깃으로 한 것이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회의가 끝나자 김 대표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김 대표는 “이전에도 몇 분이 저한테 조심스럽게 확인을 하길래 ‘무슨 소리냐’고 했는데 다행히 그분들은 속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제(24일)는 (지역구인) 부산을 갔더니 몇 명이 그 전화에 속아 돈을 보냈다고 하더라. 큰돈을…. 그래서 실제 돈을 보낸 사람이 확인된 터라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자세한 정황을 공개했다.

 -피해 사건을 왜 공개하게 됐나.

 “내가 돈을 요구할 리 없다고 했는데도 사건이 계속되고, 어제는 구체적으로 피해가 확인돼 재발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짜 김 대표를 사칭한 건가.

 “그렇다. 말하는 스타일과 목소리가 나와 똑같다는 거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나.

 “부산경찰청에 두 달 전쯤 했다. 주로 부산에서 서울로 전화가 오고 해서…. 뭐 어떤 사람은 만나자고 하기도 하고, 이런 일이 있으니까 추적해 보라고 내 전화번호도 (경찰에)주고 했는데 추적이 잘 안 된다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돈을 요구한 건가. 정치자금을 요구한 건가.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좋은 일 하는 데 참여하라’고 해서 돈을 보냈다고 한다. 큰돈을.”

 -확인한 것 중에 가장 큰 피해액은.

 “어제 확인한 건 1000만원이다.”

 -알고 있는 피해 사례는 몇 건 정도 되나.

 “나한테 다섯 명 정도가 그 얘기를 했다. 근데 이야기 안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보니 손인춘 의원한테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인데’라고 하면서 전화가 와 속아 넘어갈 뻔했다고도 하더라.”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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