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결별통보에 달리는 차에 뛰어든 철부지 20대

중앙일보

입력

여자친구로부터 결별을 통보받고 홧김에 도로에 뛰어 들어 교통사고를 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병원 치료비가 많이 나오자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거짓 진술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지만 경찰은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과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PC-CRASH)을 사용해 이 남성의 범행을 입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달리는 택시에 고의로 뛰어들어 부상을 입고 무단횡단 중 우연히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하며 입원치료비 등 47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심모(2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해 9월 17일 오후 11시45분쯤 술에 취해 서울 강남역 주변을 배회하다가 시속 60㎞로 달려오는 택시 앞으로 뛰어들었다. 1년간 만난 여자친구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고 홧김에 도로로 뛰어든 것이다. 심씨는 순간적으로 시속 27㎞로 속도를 줄인 택시와 부딪혀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그는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입원치료비가 부담스러웠던 심씨는 자신의 사고가 무단횡단 중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험사로부터 치료비를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애초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일반교통사고로 접수됐지만 심씨가 고의로 도로로 뛰어들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하자 서울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사건을 이송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PC-CRASH)을 사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데 사용돼왔지만 사고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용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피해 부분, 차량 이동거리와 속도, 보행 형태 등을 토대로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해 심씨를 추궁했고 결국 심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심씨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입원하면 변심한 여자 친구가 마음을 돌려 극진히 간호해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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