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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동네 수퍼 大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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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14일 문을 연 서울 명일전철역 앞 'LG수퍼마켓'.

이 수퍼마켓은 요즘 크게 고무돼 있다.장사가 뜻밖에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면적이 4백평인 이 매장은 평일 저녁에도 주부들이 발 디딜 틈이 없다.

개점 첫날 1만여명의 고객이 몰려 2억4천만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수퍼마켓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자랑이다. 이 수퍼마켓보다 10배나 큰 할인점의 하루 평균 매출(3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이다.

이 매장은 요즘도 하루 6천여명이 넘는 고객이 들러 평균 1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대형 할인점이 불과 1㎞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 수퍼마켓은 대단히 선전하는 셈이다.

할인점.편의점 등에 밀렸던 동네 수퍼마켓들이 반격에 나섰다.

2000년 들어 대형 할인점에 밀려 잇따라 폐업을 했던 수퍼마켓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재기에 힘쓰고 있다.

LG.롯데 등 대기업이 매장 면적 3백~1천평 규모의 '수퍼 수퍼마켓(SSM)'을 개발해 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삼성테스코 등 할인점 업체도 전담사업팀을 만들며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또 기존의 소형 업체(영업면적 1백평 미만)들도 수퍼마켓 연합체를 만들어 할인점.편의점 등에 맞서고 있다. 이들은 공동구매, 온라인 판매 등의 방식으로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소매유통업경기실사지수(RBSI)는 수퍼마켓의 부활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RBSI는 소매유통업체의 현장 체감경기를 수치화(0~200)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이번 분기가 전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사에서 할인점 등 대부분의 유통업체 전망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수퍼마켓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수퍼마켓 경기지수는 91로 전분기(63)보다 크게 늘었다. 1분기에는 시장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던 업주들이 매우 많았지만 2분기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대한상의의 신석호 유통물류팀 과장은 "할인점과 편의점의 점포 확대로 수퍼마켓은 지난해 4분기부터 경기지수가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매장 대형화 등 공격 경영에 힘입어 2분기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도 "수퍼마켓이 해마다 10% 이상씩 감소해 3~4년 전만 해도 13만여개에 달하던 소형 수퍼마켓이 요즘에는 10만여개로 줄었다"면서"하지만 소형 수퍼마켓들이 최근 연합체를 결성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면서 이런 감소세가 주춤했다"고 말했다.

◆할인점.편의점 따라잡기 나서=LG는 앞으로 대형주자창을 갖춘 SSM을 잇따라 개설할 예정이다. LG는 명일점에 이어 연말까지 천안.진천 등에 5개의 점포를 추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 점포는 영업면적 3백50평 이상의 대형 점포다.

LG수퍼마켓 영업본부장인 김건 부사장은 "동네 수퍼마켓에 고객이 다시 느는 이유는 대형 매장으로 재단장하고 신선식품, 즉석 조리식품 등을 특화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1백평 미만의 매장은 폐점시키고 SSM은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1년 5월 '롯데 레몬'이라는 이름으로 수퍼마켓 사업을 시작한 롯데쇼핑도 점포수를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21개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조만간 수퍼마켓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신세계는 수퍼마켓 형태의 소형 이마트 '에브리데이' 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이 운영하는 수퍼마켓은 대부분이 SSM 규모다.

서울 전농동 롯데 레몬 1호점의 류태호 점장은"올들어 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었다"면서 "과거와 달리 매장이 대형화하고 쾌적해지면서 고객이 다시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매장 대형화와는 달리 '동네 수퍼'업주들은 연합체를 구성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2000년 5월 6백여명의 조합원이 각자 1백만~7천만원씩 출자해 자본금 40억원 규모의 바로코사(www.barokosa.com)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소형 수퍼마켓이 제품을 함께 사는 공동구매 사업▶7백여개 가맹점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판매.관리하는 '디지털 수퍼 가맹'사업▶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동네 수퍼'에서 배달해 주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김경배 대표는 "공동구매 실적은 2001년 2백10억원, 2002년 2백7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3백억원으로 늘 전망"이라며 "5년 내에 3천억~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화점.할인점의 장점 활용=수퍼마켓들이 예전의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을 버리고 대형화.디지털화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까운 '동네 수퍼'를 주로 찾는 것도 수퍼마켓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또 대기업 계열 수퍼마켓은 구매력을 통해, 동네 수퍼들은 공동구매를 이용해 구입원가를 할인점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췄다.

특히 찬거리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배달 서비스제를 도입한 것도 동네수퍼마켓이 부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LG수퍼마켓 매장의 경우 의류.공산품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할인점과 달리 상품의 60% 이상이 야채.과일 등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또 백화점 수준의 실내장식과 청결한 위생관리를 통해 수퍼마켓은 지저분하다는 기존 인식을 불식시켰다.

대형 수퍼마켓은 주차장과 고객쉼터 등 백화점.할인점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 1~2층에 있던 매장을 고객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상으로 바꾸기도 했다.

바로코사는 전국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고객카드를 만들어 구입 금액의 3%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준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이 카드 도입 후 가맹점 매출이 평균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규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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