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카·기저귀 나눠요 …'전북·전주 알뜰맘'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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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주 알뜰맘’ 카페가 지난 10일 전주 롯데백화점에서 연 나눔장터. [사진 알뜰맘]

처음엔 초보 엄마 몇 명이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털어놓는 수다방으로 시작했다. 그러기를 7년. 이젠 수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지역 최대의 재활용과 나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사회단체·기관 등에서 행사를 함께하자며 러브콜 경쟁을 할 정도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9층 옥상에서는 나눔장터가 열렸다. 1시간 남짓 이어진 행사는 찬바람이 씽씽부는 꽃샘추위에도 5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장터에는 2000여 점의 물품이 나왔다. 유아용 옷과 신발·가방이 1000~2000원에 팔리는가 하면 붕붕카와 자전거는 1만~2만원에 거래됐다. 브랜드 운동복과 상표가 붙어 있는 새 옷도 3만~4만원에 흥정이 오갔다. 참가자들이 직접 재봉틀을 돌려 만든 천 지저귀와 손수건·수공예품, 집에서 담근 천연조미료와 전통식혜·수제쿠키 등도 인기를 끌었다.

 박상영 롯데백화점 전주점장은 “물건을 구입해 몇 번, 혹은 몇 달 사용한 뒤 그냥 버리는 낭비 풍조를 막고 어린이들에게 재활용과 나눔, 환경보존의 가치를 심어주는 나눔장터를 앞으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북·전주 알뜰맘’이 주최했다. 회원이 3만2000여 명이나 되는 전북도 내 최대 온라인 카페다. ‘아나바다(아끼고 나누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는 생활운동)’를 실천하는 엄마들의 모임으로 지역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알뜰맘은 2008년 9월 ‘알뜰한 이야기’라는 문패를 달고 시작했다. 초기엔 아이를 키우느라 종일 집안에 갇혀 사는 주부 10여 명이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아이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나’는 육아 고민부터 ‘좋은 물건 싸게 사는 법’ 등 살림 정보까지 다양한 소재가 올라왔다. 남편에 대한 흉을 털어놓기도 하고 시댁과의 갈등에 대한 상담도 이어졌다.

 ‘재미있고 알찬 정보가 많은 사이트’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요즘엔 1분에 3~4개씩 글이 올라 온다. 게시된 글은 30여 분 만에 조회수 1000건을 돌파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회원이 늘면서 카페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값비싼 유아용품을 돌려쓰자는 취지에서 중고품 거래 코너를 만들었다. 3~4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집 밖에서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이 행사는 백화점·마트와 사회단체 등에서 함께하자는 제의가 잇따른다. 회원들은 사진 동호회와 재봉틀 모임, 영어회화 클럽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지면서 재능기부도 한다.

 카페 관리는 7명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맡고 있다. 회원들은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30~40대가 대부분이다. 카페가 상업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품 판매는 게시글 100회, 댓글 400회 이상 올린 회원들에게만 자격을 허용하는 등 제동장치도 갖췄다.

 임소형(41) 매니저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집안도 행복해진다는 취지를 살려 엄마를 위한 힐링여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무공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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